
"사실 간편식에서 밥이 가장 중요해요. 반찬이 아무리 다양하고 맛있어도 밥이 별로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기 어렵거든요." 지난 1일 만난 밥 소믈리에 김태우(45) 롯데중앙연구소 간편식품팀 수석연구원이 말했다.
김 연구원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유통되는 700여 개 도시락과 삼각김밥을 개발했다. '혜리도시락'과 '전주비빔 삼각김밥'이 대표적이다. 국내 간편식 개발의 주역으로 꼽히는 그는 2011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 취반협회의 밥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밥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좀 생소하죠?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무렵에야 이 직업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관련 자격증도 아직까지 일본에만 있어요."
자격증 시험에서는 쌀의 품종별 특징에 대한 지식과 제대로 밥 짓는 방법 등을 두루 평가한다. "일본어로 된 책을 공수해 와 사전을 찾아가며 석 달간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때 익힌 내용이 냉장 상태에서도 갓 지은 밥맛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김 연구원은 쌀의 품종과 조리할 때 물의 양, 뜸들이는 시점 등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게 밥맛의 핵심이라고 했다. "특히 계절별로 밥 짓는 조건을 달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습기가 많은 여름에는 밥을 지을 때 평소보다 물을 적게 넣고 건조한 겨울에는 물을 더 담아야 해요. 물기가 너무 많으면 밥알이 질긴 반면, 적으면 고두밥이 되거든요."
밥이 완성된다고 해서 밥 소믈리에의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삼각김밥의 경우 도시락과 달리 밥에 양념을 해야 한다. 삼각형 각 모서리 부분에 반찬이 들어가지 않아 맨밥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싱겁지 않게 밥에 살짝 소금을 뿌리고, 그 위에 두른 김과 조화를 이루도록 고소한 참깨나 참기름을 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