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오차도 없게 고도의 집중력 발휘
정부는 전통문화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한옥을 짓고 관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경상북도와 세종시 등 지자체들은 한옥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통 가옥 기술자들의 손이 바빠지는 이유다.
정씨는 올해로 29년째 전통 가옥 기술자로 활동 중이다. 1996년부터 11년간 경복궁 동궁·흥례문·경회루·근정전과 창덕궁 돈화문·규장각 등 굵직굵직한 문화재 보수, 복원 공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옥 강연도 활발하게 펼친다.
그는 "보통 일 년에 두 채가량의 한옥을 짓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30평 규모의 한옥 한 채를 지으려면 70여 명이 8개월을 꼬박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옥 건축 과정은 '블록 맞추기'와 비슷하다. 나무와 돌 등 기본 재료를 깎고 다듬은 뒤 조립해야 한다. 이후 구조물의 뼈대 위에 흙과 기와를 덮고 집 주변을 꾸미면 한옥 짓기가 마무리된다.
공사 과정에서는 한옥의 70%를 이루는 나무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게 특히 중요하다. "집 한 채에는 보통 360~370그루의 나무가 쓰여요. 한 그루당 길게는 10시간 정도 다듬죠. 체력도 좋아야 하지만, 손질하다 1㎜만 엇나가도 나무를 쓰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 집중력과 꼼꼼함은 필수입니다. 누군가는 '돈 주고 다시 사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겠지만 실수로 50년 이상 자란 나무를 버려야 한다는 게 안타깝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