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기질' 발휘하며 전국 제패한 사격 소년
그런데 봉황기 얘기를 꺼내자 현서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1등을 해서 기쁘긴 한데, 아쉬움이 커요. 대회 신기록을 놓쳤거든요. 마지막 연습 기록이 368점이고, 최고 기록이 375점이었는데…. 대회 참가를 위해 전남 나주로 이동하고 하느라 총을 일주일 동안 못 만져서 감이 좀 떨어졌나 봐요."
대답에서 강한 승부욕이 묻어났다. 실제로 현서는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경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운 뒤, 다시 총을 잡는다. 학교에서 잘 안 풀리는 문제를 접하면 끝까지 남아 풀고 온다. 덕분에 사격은 늘 1등에, 학교 성적도 상위권이다.
"아버지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요. 아버지는 제게 신(神) 같은 존재예요." 현서의 아버지는 현재 사격 국가대표팀 코치인 박병택(51)씨. 박 코치는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메달리스트로 유명하다. 국가대표 코치로서 진종오(38) 선수의 50m 권총 올림픽 3연패를 이끌기도 했다.
막내아들인 현서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 바라기'였다. 사격도 아버지 때문에 시작했다. "아버지가 훈련과 시합 다니시느라 집에 계시는 날이 별로 없었어요. '아버지를 자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머니에게 여쭤보니 사격장에 가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총을 잡게 됐어요. 재밌더라고요(웃음)."
하지만 마음 편히 총을 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현서는 규정상 나이 제한(만 12세 이상)으로 총기 소유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서는 경찰서 아저씨들에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 어머니는 학교장과 담임교사 등이 써준 추천서를 냈다. 또 방학 동안 매일 500발씩 쏘며 연습한 기록과 동영상을 추가 자료로 제시해 총기 소유 허가증을 얻어낼 수 있었다.
◇"태극마크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서는 그날까지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