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6 03:10:00
이대 영문학과 72학번인 김 교수는 긴급조치세대 운동권 출신이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7년 이대 철학과에 부임한 뒤 교수 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이대 교수협의회(교협) 회장을 지냈고, 2014년부터 교협 공동회장을 맡았다.
김 교수는 작년 정유라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때 '총장 퇴진 시위'를 하는 학생들과 뜻을 같이하며 '교수 시위'를 주도했다. 작년 10월 교협 소속 교수 200여 명과 함께 본관 앞에서 정씨 특혜와 관련해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최 전 총장은 이 시위를 한 시간여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교수는 작년 12월 최순실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대 본관 점거 농성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학생회장 구명을 위해 교수들의 서명을 모아 지난 1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교협에서 함께 일했던 원형중 교수는 "늘 학생들 편에서 생각하는 교수"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사회에서 총장으로 정식 임명되면 1886년 이대(梨大) 개교 이래 교수·학생·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이 뽑은 첫 '직선제 총장'이 된다. 이대 총장 선출은 1990년 교수들이 직접선거를 했던 것을 제외하면 모두 간선제로 치러졌다.
작년 최 전 총장이 '정유라 사태'에 휘말려 사퇴하자,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자는 목소리가 학생·교수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 1월 교수평의회가 이사회에 권고안을 보내 직선제를 제안하고, 이사회가 받아들이면서 직접선거로 치르게 됐다. 학생·교원·직원·동문 등 여러 학내 주체가 수차례 회의를 열고 전임 교원 988명, 직원 270명, 학생 2만2581명, 동창 1020명 등 2만4859명에게 모두 선거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다만 구성원별 투표 반영 비율을 달리해 선거권자 1명의 표 가치는 교수 1표, 직원 0.567표, 학생 0.00481표, 동창 0.025표로 환산했다.
투표 기간에 학생들은 손등이나 뺨에 기표 도장을 찍고 친구들과 함께 '투표 인증 샷'을 찍는 등 높은 열기를 보였다. 결선 투표 때는 학생들이 투표를 위해 100m나 되는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이대 사태' 오명(汚名) 수습 계기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