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부산 수영초 운동장. 수업을 마친 선수들이 하나둘 유니폼을 입고 모여들었다. 몸을 풀기 위한 러닝을 시작으로 피칭·배팅 연습과 송구 연습까지 부문별로 나눠 훈련이 진행됐다. 평일 훈련은 오후 3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 1시부터 7시간을 훈련한다. 지칠 법도 한데 찡그리는 사람 하나 없었다. 선수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훈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솟는다"며 웃었다.
수영초 야구부는 학교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지난 2년간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학교 운동장을 다시 밟은 건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그간 선수들은 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인근 학교를 전전하며 훈련을 해야 했다.
"부산에는 야구부가 쓸 만한 운동장이 별로 없거든예. 훈련장 하나를 딱 정하지도 못하고 개성중, 부산공고, 정관야구장을 돌아가면서 빌려 썼다 아입니까. 그 학교 야구부도 훈련해야 되니까예."
김상현(49) 수영초 감독은 훈련 일정을 촘촘하게 짤 수밖에 없었다. 다른 팀이 오기 전에 그날 훈련을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눈칫밥에 기가 죽을 줄 알았던 선수들은 오히려 힘을 냈다. 야구부 주장인 박성준(6학년) 군은 "훈련 시간이 짧아졌기 때문에 감독님과 코치님 말씀을 더 잘 들었다"면서 "가끔 장난치던 후배들도 한정된 시간 안에 집중해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년을 더부살이하며 훈련에 매진한 성과물이 전국 대회 우승 트로피다.
◇'역전의 명수' 수영초… 모든 선수가 에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