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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농장' 덕에 농민들 자유시간 즐겨스마트 팜은 말 그대로 '똑똑한 농장'이다. 농업과 정보통신기술(ICT)가 만나 원격 또는 자동으로 동식물의 생육 환경을 조절하게 해준다.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했던 농사법에서 벗어나 센서나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계량화, 객관화된 자료를 갖고 농사를 짓도록 돕는 것이다.
"스마트 팜 개발자는 이러한 농장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일을 합니다. 더 넓은 의미에서는 농작물 재배 시설에서 수집된 정보를 관리하고, 모인 데이터를 농민들이 알기 쉽게 가공해 시기적절하게 제공하는 역할도 포함되죠."
김 과장이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스마트 팜을 보급한 지난해부터 농촌진흥청에서 스마트팜개발과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한국의 농업 환경에 맞춘 스마트 팜을 만드는 게 김 과장의 업무다.
그는 "2050년쯤에는 인류가 필요한 자원의 절반 정도를 농업에서 확보하게 될 전망"이라면서 "농업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우리나라 농촌이 처한 현실은 그리 밝지 않아 스마트 팜 개발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농사짓는 사람은 전 국민의 8%에 불과하고, 이 중 40%는 65세 이상이니까요. 스마트 팜은 노동력 감소, 고령화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간 스마트 팜 개발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농업에 서툰 농민들이 생산성 향상으로 기뻐할 때다. 스마트 팜은 최소한의 인력, 시간 투자로도 최대의 효과를 거두게 해주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지난해 스마트 팜을 운영한 결과 이전보다 노동력은 9%가량 줄었는데 농가의 생산량은 30~40%, 소득은 20% 이상 늘어났다"고 했다.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점에서도 보람을 느낍니다. 그동안 농사짓는 사람들은 별다른 일이 없어도 매일 농장에 붙어 있어야 했어요. 자칫하면 일년 농사를 망치니까요. 그런데 스마트 팜을 갖추고 나면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농장 관리가 가능하잖아요. 자유 시간이 생기면서 생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나시는 분들도 생겨났죠(웃음)."
◇내년 인공지능 기술 갖춘 스마트 팜도 나와
국내 스마트 팜 기술은 농업 선진국인 미국, 네덜란드 대비 75~80%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식품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부처들은 농업인, 민간 기업 등과 손잡고 스마트 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단 오는 2017년까지 전기·통신 연결이 가능한 시설 농업(1만㏊)의 40%인 4000㏊를 스마트 팜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시설 농업은 유리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환경을 조절하는 농업. 축산과 노지(지붕 따위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 농업은 각각 개발 가능 농가의 10%, 25% 정도까지 스마트 팜을 보급할 예정이다.
김 과장은 "진화된 스마트 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원격 제어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1세대 모델' 개발을 완성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내년까지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능을 더해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농장을 자동 제어하는 모델로 발전시키려 하죠. 2020년에는 에너지까지 줄여주는 '3세대 모델'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할 계획입니다."
스마트 팜 개발자가 되기 위해 특별한 자격증을 따야 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인 농업 지식이나 프로그래밍 기술은 대학교 전공 수업을 통해 익히면 된다. 김 과장은 "다만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농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라고 했다.
"이 일을 하려면 농업을 통해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합니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향후 20~30년 내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농업'을 꼽았어요. 여기에 첨단 산업이 더해진 스마트 팜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이니 어린이들도 도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