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아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갑자기 무일푼이 됐다는 당혹감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자 홀로 남은 아들은 막막했습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는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노예에게 전 재산을 준 아버지가 미웠습니다. 아들은 답답한 마음에 랍비를 찾아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랍비님, 아버지는 저를 사랑하지 않으셨나 봐요. 어떻게 제게 이러실 수 있죠? 아버지가 야속하고 속상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랍비는 고개를 저으며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여보게, 젊은이. 자네의 아버지는 정말 현명하시고 그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한 분이셨네."
아들은 아버지가 사랑한 건 자신이 아니라 노예였다고 소리쳤습니다. 청년의 감정 섞인 반응에 얼굴이 굳어진 랍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잘 생각해 보게나. 만약에 아버지가 전 재산을 자네에게 남기겠다고 유언했다면 노예가 자네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렸겠는가?"
랍비는 아버지가 노예에게 전 재산을 물려준 덕에 노예가 곧바로 아들을 찾아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칫 노예가 주인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전 재산을 챙겨 도망가거나 마음대로 재산을 다 써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어차피 이제 재산은 다 노예의 것인걸요."
랍비가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젊은이, 아직도 모르겠는가? 이 유서를 다시 읽어보게나."
아들은 다시 유서를 보고 나서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버지가 자네에게 재산 중 한 가지를 주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아버지의 재산 중 노예를 선택하면 자네는 아버지의 전 재산을 모두 물려받게 되는 거야. 노예의 재산은 전부 주인에게 속하기 때문이지."
그제야 아들은 아버지의 깊은 뜻을 깨닫고는 눈물을 흘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