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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부화된 90여 마리 바다거북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6일 오후,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 입구에서 한동진(35) 아쿠아리스트를 만나 직원용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향했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문이 열리자 크고 작은 수조가 눈앞에 펼쳐졌다. 가운데 길을 따라 인공부화실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거대한 거북 한 마리가 퍼덕댔다. 아쿠아리스트가 말했다.
"밥 주는 줄 알고 이러네요(웃음). 30년 넘게 산 붉은바다거북입니다. 푸른·매부리바다거북과 더불어 인공 번식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멸종위기종이거든요."
인공부화실에 들어서니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이곳에 설치된 인공부화기는 총 3대. 이 중 2대가 계란부화기다. "나머지 한 대는 파충류용 인공부화기인데요. 알이 몇 개 안 들어가 계란부화기를 개조해 쓰고 있어요. 한번 보실래요?"
아쿠아리스트가 계란부화기를 열고 하얀색 플라스틱 통을 꺼냈다. 알을 갓 깨고 나온 푸른바다거북 새끼 열댓 마리가 꼬물댔다. "지난 2월 8일에 어미 거북 '여북이'가 낳은 알들이에요. 부화까지 보통 두 달 정도 걸린답니다. 다 자란 새끼들이 코 앞부분으로 알을 밀어 터트려요."
부화를 위한 최적의 온도는 29도, 습도는 90%다. 그러나 인공부화기가 유지하는 습도는 최대 70%. 이 때문에 통 바닥에 깐 수태(이끼)에 60시간에 한 번씩 물을 뿌려준다.
인공부화실 바로 옆은 푹신한 모래가 깔린 산란장이다. 바다거북이 사는 수조와 바위로 연결돼 있다. 푸른바다거북의 경우 암컷이 한 번 짝짓기하면 적게는 두 차례, 많게는 아홉 차례에 걸쳐 알을 낳는다. 몸 안에 보관한 수컷의 정자를 조금씩 나눠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북이와 남편 수북이가 부부의 연을 맺은 게 지난해 11월이에요. 이후 여북이가 12월 10일부터 3월 10일까지 2주 간격으로 6번 출산했어요. 끝난 줄 알았는데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지금도 알을 배고 있네요(웃음). 수조의 물은 여수 오동도 앞바다 물을 끌어와 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