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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살린 비교과 활동… 아이비리그 합격문 활짝 열었죠

2017/04/10 03:03:42

◇특별함을 이긴 꾸준함

예일대·유펜 등에 합격한 곽준혁(19· 용인 한국외대부속고 졸)군의 주요 비교과 리스트는 북한주민 인권 활동과 스타트업이다. 둘 다 이미 많은 학생이 관심 갖는 영역이다. 곽군은 "이젠 특별할 것 없는 분야다. 다만 무언가를 꾸준히 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대원국제중 2학년 때 영어 토론 대회에 나가 북한주민 인권을 논하라는 주제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당시 토론 대회에서 만난 고교생 형들과 북한주민 인권을 위한 신문 동아리를 만들었다. 한두 달에 한 번 신문을 발간하면서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기사를 쓰고, 매년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청소년 모의유엔 대회에 국가대표로 참석했을 땐 '해외 중고생의 북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설문지를 만들어 가는 열성을 보였다. 새터민 자녀들이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아쿠아리움 견학·운동회 개최 등 봉사활동도 기획했다. 주변 친구들이 "이 정도면 충분히 한 것 같다"며 하나 둘 그만둘 때도 뚝심을 발휘해 고 3 때까지 5년간 같은 활동을 이어갔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1학년 때 유행하던 창업 동아리를 결성해 대회에 나갔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는 "당장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실망했지만 워낙 재밌어 집중적으로 하기로 했다"고 기억했다. 무료 창업 강의를 들으며 IT 스타트업 경영을 공부하고, 코딩을 배우려고 1학년 겨울방학 때 2주간 호주의 한 대학이 진행하는 게임스쿨도 다녀왔다. 2학년 때는 직접 만든 '분리수거 가르치는 게임 앱' 등을 유치원에 팔아 300만원을 벌었다. 창업 대회 수상도 6번이나 했다. 곽군은 "신입생 때 연극부·밴드부 등 여러 동아리에 가입했지만, 모든 활동을 다할 순 없었다. 고학년이 될수록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비용이 부담됐다. 한성 손재한 장학회 등에서 받은 장학금으로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철학에 푹 빠진 고교생

김의영(19·가평 청심국제고 졸)양은 프린스턴대·예일대·컬럼비아대 등 14개 명문대로부터 합격증을 받았다. 미국 대학은 저마다 특색 있는 질문을 제시하며 에세이(자기소개서)를 쓰도록 한다. 프린스턴대는 사회적 불평등에 관한 생각을, 예일대는 학생이 살아온 날들의 이정표(foot print)를, 컬럼비아대는 감명 깊게 읽은 책 리스트(고교 지정 도서/자발적 선택 도서)를 각각 물었다. 제시문은 학교마다 달랐지만, 모든 에세이의 시작과 끝에는 '철학'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그는 지난해 국제철학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다. 고등학교 1학년 윤리 수업 시간에 사회문제를 놓고 토론하면서 처음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왜 착하게 살아야 하나' 등 생각지 못한 깊은 물음에 맞서 답을 추적해가는 과정에 매료됐다. 그후 ▲서양철학사(버트런드 러셀)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철학 이야기(윌 듀런트) 등 철학서를 탐독했고, 니체·키르케고르·카뮈·사르트르 등 철학자의 문학 작품을 찾아 읽었다. 2학년 땐 ▲하버드대 온라인 강의(www. extension.harvard.edu) ▲에드엑스(www.edx.org) 등에서 교수들의 심도 있는 철학 수업을 들었다. '사람은 왜 기부하는가'를 생각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이타적 품성은 불편한 것인가'를 주제로 소논문도 썼다. 논문에선 철학자 아인 란드·니체·피터 싱어의 이타주의를 각각 분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피터 싱어의 동물권 주장에 영향 받아 채식주의자가 됐다. 김양은 "철학을 공부하면서 여성·새터민·소외 계층·동물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앞으로 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함께 공부하면서 해결 방안을 연구하고 싶다는 점을 에세이에 녹였다"고 말했다.

◇호기심은 나의 힘

"매년 학기 초 진로 조사를 할 때 항상 다른 희망을 써냈어요. 한 번도 같은 직업을 쓴 적이 없어요."

다트머스대에 수시 합격(Early Decision)한 인지환(18·서울 대원외국어고 졸)군은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공부를 하고 싶어 해외 대학을 택했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에선 학생이 자신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계열(문·이과)과 전공을 골라 정해진 커리큘럼으로 공부하도록 하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게 유난히 많았다. 이 덕분에 남보다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했다"고 했다. 그는 고교 3년간 농구부에서 매일 한 시간씩 농구를 했고, 매 주말 오전 7시부터 한강 공터에서 라크로스를 연습했다. 영어 토론 동아리에 가입해 해마다 교내외 토론 대회에도 참가, 수상했다. 영어 잡지 동아리에선 기사를 쓰다가 편집 업무에 관심이 생겨 포토샵·인디자인 등 편집 프로그램을 배운 뒤 잡지를 직접 만들었다. 고 2 땐 tvN '고교 10대 천왕'에 석달간 출연하면서 풍부한 지식을 보여줘 '대원외고 네이버(검색창에 검색하듯 묻기만 하면 바로 답이 나온다는 뜻)'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것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생소한 영역에 뛰어들어 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재미를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흥미로운 분야를 발견하면 밤새 공부했고, 바이올린·트럼펫·기타 같은 악기는 배운 지 얼마 안 돼 그만두기도 했다. 그는 "다트머스대에 지원할 때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적었지만, 사실 마음 가는 분야가 많다. 앞으로 더 열심히 찾아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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