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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코딩교육, 내용이 아닌 형식이 중요해

2017/03/28 09:45:56

초지능을 가진 슈퍼 히어로는 코딩을 통해 여느 슈퍼 히어로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경찰 데이터를 해킹해서 본인 수배령을 풀어낸다. FBI 국장에 외교적 약점을 찾아내서 본인 주위 사람에 대한 탐문 수사를 멈추도록 협박하기도 한다. 코딩을 통해 누구보다 빠르게 경제 정보를 찾아내어 정확한 투자를 통해 큰돈을 벌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코딩이 얼마나 전지전능한 기술인지 알 수 있다. 저자 ‘테드 창’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가능한 묘사다.

내년부터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 코딩이 모든 산업을 지배하는 핵심축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사들을 교육하고 교과서를 준비하는 등 교육 각계에서 코딩교육 준비가 한창이다. 코딩 학원과 코딩 캠프 등 사교육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의 창립자 주커버그의 아버지는 초등학생 때부터 주커버그에게 코딩을 가르쳤다. 중학생 때는 프로그래머를 고용해서 과외를 시켰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접한 인재가 만든 IT 서비스가 세계 곳곳에서 부를 축적한다.

문제는 공부 방식에 있다. 코딩은 수학, 영어와는 달리 변화가 너무도 빠른 분야라는 게 문제다. 심지어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의 프로그래머도 3개월 정도 다른 종류의 코딩을 하다 보면 기존 코딩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토로할 정도다. 기존 교과목처럼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교과서 문제를 푸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선 교사가 코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현업 종사자도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버거워하는 최신 코딩 지식을 어떻게 컴퓨터 교사가 급하게 배워서 가르칠 수 있겠는가? 교사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버거운 목표다.

교재도 금방 낡아진다. 1년 전에 만든 지식을 가르친다. 이미 죽은 지식을 알려주는 셈이다. 아이가 커서 정말 코딩을 배워야 하는 시점에는 더욱 쓸모 없어지는 지식이 된다. 애초에 코딩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만든 코딩 교육 계획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이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코딩은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목적 지향적으로 배워야 한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사람만 개발자가 되는게 아니다. 컴퓨터를 좋아하고, 코딩을 통해 무언가를 만드는 재미에 빠졌던 사람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머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핵심은 ‘무엇을 만들고 싶으냐’에 있다. 뭔가를 만들고 싶고, 이를 위해 필요한 프로그래밍 지식을 배우고, 프로젝트를 성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일반 과목처럼 시험 범위를 정해서 배우는 건 소용이 없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끊임없이 바뀐다. 지식 그 자체보다 중요한 건 만들고 싶은 결과물을 배움을 통해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코딩에 대한 이해도가 없이 일반 교과목처럼 접근하니 ‘코딩 고액 사교육’ 등의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다. 사실 하나하나의 지식은 큰 의미가 없다.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과목 자체를 철저하게 배우는 건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활용할 언어에 집중하면 된다. 영어와 수학이다. 둘 다 프로그래머가 꼭 알아야 하는 언어다.

코딩 교육이 발전하려면 어린 시절부터 아이가 코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가수, 예능 PD, 영화감독을 꿈꾸듯 코딩에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배우기 시작하는 행동 자체가 핵심이지 교과목 시험이 문제가 아니다.

테드 창의 ‘이해’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에 이런 책을 읽었으면 코딩의 매력에 푹 빠졌을지도 몰랐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인터스텔라’를 본 학생이 우주 비행사를 꿈꾸게 되는 경우와 같은 이치다. 어차피 낡은 지식이 될 교과서를 주입하는 것 보다 프로그래머의 꿈을 꾸게 해주는 일이 더 코딩 교육을 돕는 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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