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등 수산 생물 건강 지킴이
"수산질병관리사를 흔히 '물고기 의사'라고도 부릅니다. 수의사가 강아지·고양이 등의 동물을 치료하듯이, 우리 물고기 의사들은 양식장이나 수족관에서 자라는 수산 생물의 질병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일을 합니다."
지난 17일 오후 부산에 있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서정수(43) 수산방역과 연구사를 만났다.
"사람처럼 물고기도 아픕니다. 배에 물이 차거나 피가 나고, 피부가 벗겨지거나 색이 변하기도 하죠. 먹이를 잘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물고기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행동으로 아프다는 걸 표현합니다. 입 주위가 문드러질 때까지 벽에 얼굴을 들이받고, 제자리에서 계속 빙글빙글 돌기도 하죠."
서 연구사는 과학원 양식장에서 기르는 넙치 2마리를 마취시켜 '물고기 환자'를 검사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줬다. 그는 먼저 피부색 등 겉모습을 살폈다. 혈액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아가미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다. 그런 다음 배를 갈라 간, 위 등 장기의 이상 여부를 눈으로 확인했다. 또 조직 표본을 채취해 감염 여부 등을 검사했다.
"양식장에서 자라는 수산 생물이 병에 걸리는 원인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에 감염됐기 때문일 수 있고, 미네랄이나 비타민 등 영양 부족 또는 과다로 인해 발병할 수도 있어요. 치료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물에 약을 풀어 치료하거나 물고기에게 일일이 주사를 놓기도 하죠. 사료에 약을 섞어 먹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서 연구사는 "치료도 좋지만 애초에 물고기가 아프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전국의 양식장을 다니며 사육 환경이 깨끗한지, 물고기 상태는 양호한지 등을 미리 살피는 '예찰' 활동을 하는 것도 수산질병관리사의 중요한 업무다. 또 수산 생물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어민들에게 백신 접종에 대해 알리고, 수산 생물 관리법과 올바른 의약품 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교육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