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학교가 적성 찾아주는 실리콘밸리… 대치동 학원 보내는 판교밸리

2017/03/21 01:06:22

마운틴뷰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 본사가 있는 곳이다. 발도르프스쿨 재학생 부모 중 절반 이상이 구글이나 애플 같은 IT 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오히려 수업에서 의도적으로 IT를 배제하고 학생들에게 체험, 교감, 예술 활동 등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마운틴뷰 발도르프스쿨의 인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최전선인 실리콘밸리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의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알트스쿨(Altsch ool)은 학생 개인별로 맞춤형 수업을 제공해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학생 관리용 소프트웨어로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흥미, 수업 참여도 등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나이 대신 흥미와 적성에 따라 학생을 분류해 가르치고 있다. 현재 알트스쿨의 학생 관리용 소프트웨어는 공립학교로도 퍼지고 있다. 온라인 교육 서비스로 잘 알려진 칸 아카데미가 2014년 마운틴뷰에 설립한 칸랩스쿨의 수업 방식도 학생 적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학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과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 흥미에 따라 다른 '맞춤형 수업'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국·영·수 교과 사교육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이 작동해 학생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찾아주고 있는 것이다. 보통 방과 후엔 학교 방과 후 수업이나 클럽 활동으로 축구, 체스, 피아노 등을 배운다. 간혹 교과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다. 우리처럼 학교 진도를 미리 나가는 '선행 학습'은 개념 자체가 없다고 실리콘밸리 부모들은 전했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중 상당수는 "어릴 때부터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별로 큰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에는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기술적인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은 대학 들어가서 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IT 기업 시스코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 아흐마드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좋아하는 수업 위주로 듣게 한다"며 "학교 수업과 방과 후 클럽 활동을 통해서 충분히 원하는 걸 배우기 때문에 굳이 사교육으로 다른 걸 가르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ㅡ 사교육 못벗어나는 韓 판교밸리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직행
부모들 "시대 변하는 건 알지만 안 보내면 혼자 뒤처질까 불안"


지난 17일 오후 판교의 A초등학교 정문 앞. 노란색 학원 승합차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수업 끝난 학생들을 학원으로 나르려는 차량 행렬이었다. 부모들의 '학원 라이딩' 승용차도 꽤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학교 앞 네거리 상가에는 층별로 '○○○ 어학원' 'XX 수학학원'이라고 적힌 간판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학원 밀집 지역 운중동 편의점에는 빵과 우유로 '혼밥'(혼자 밥 먹는 것) 하는 초등학생들도 있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