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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선생님, 가족 같은 언니·오빠들… 친구 없어도 심심하지 않아요"

2017/03/09 16:29:09

하나뿐인 신입생의 알콩달콩 학교생활

서면 당림리 414-1번지에 자리한 당림초는 작은 시골 학교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시로 떠나는 젊은 부부가 많아지면서 학생 수가 크게 줄었다. 전교생은 10명 안팎, 입학생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 장태식 교장은 "지효가 복덩이"라며 "1학년이 한 명도 없을 뻔했다"며 껄껄 웃었다.

당림초는 '복덩이'를 위해 아주 특별한 입학식을 마련했다. 선배들이 예쁜 왕관을 씌워주고, 꽃다발을 건넸다. 교장 선생님은 축하 케이크를 준비했다. 지효는 "동화 속 공주가 된 기분이었다"면서 "체육복 등 선물도 잔뜩 받았다"고 말했다.

단 한 명뿐인 1학년의 학교생활은 어떤지 궁금했다. 이날 2교시가 시작될 무렵, '1·2학년'이란 팻말이 붙은 1층 교실 문을 열었다. 교실은 낮은 칸막이로 1학년과 2학년이 공부하는 공간이 구분돼 있었다. 책과 장난감이 가득한 놀이방도 눈에 들어왔다.

지효가 책상 위에 입학 초기 적응 교재인 '야! 신나는 1학년'을 펼쳤다. "1교시 때 이야기를 하나 들려줬지요?" 교사의 질문에 지효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달팽이가 여행 가는 거요." "선생님이 아기 달팽이, 지효가 엄마 달팽이가 되어볼까요?"

역할극을 한 뒤엔 달팽이 가족 그림을 색칠했다. 교구장을 뒤적이며 "크레파스야 나오렴!"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귀여웠다. 노래도 열심이었다. "달팽이 집을 지읍시다~ 점점 크게 점점 작게~♬" 조그마한 손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깜찍한 율동도 선보였다.

옆에서는 이 학교의 유일한 2학년 박승우 군이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먼저 수업을 마친 지효가 칸막이 너머를 기웃댔다. "오빠는 똑똑해서 시험 잘 볼 거예요. 저한테는 어려울 거 같아요. 아! 얼른 가서 소꿉놀이 준비하고 있어야지."

쉬는 시간이 되자 둘은 놀이방에서 만났다. "오빠가 요리사고 내가 손님이야!" 지효의 말과 함께 놀이가 시작됐다. "토마토 아이스크림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부터는 신용카드로 결제해주세요."

이 장면을 지켜보던 담임 김영만 교사가 웃으며 말했다. "승우가 작년에 소꿉놀이 장난감에는 눈길도 안 줬거든요. 로봇만 가지고 놀았어요. 그런데 지효랑 저렇게 잘 놀아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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