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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조선] 고인류학자 이상희… 영원한 정답은 없다

2017/02/26 08:55:48

2015년 가을 <인류의 기원>을 출간해 독서계에 고인류학 바람을 일으켰던 이상희 교수. 국내 여성 1호 고인류학자이기도 한 그녀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 이 교수가 방한했다. 여러 초청 강연을 비롯해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인 <인류의 기원>의 출판저작권 계약 문제로 한국을 찾은 것이다.

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고고학은 옛사람의 흔적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즉 그들이 남긴 도구(토기·석기), 집터, 무덤 자리, 부장품, 예술 등을 연구하는 거죠. 그에 비해 고인류학은 옛사람의 몸을 연구합니다.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몸이 모두 화석으로 남는 건 아니에요. 그나마 상대적으로 가장 화석으로 남기 쉬운 뼈와 이빨이 대부분이죠. 고유전학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화석에서 고 DNA를 추출, 연구하게 되어 고인류학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인류학은 생물학, 해부학, 생리학, 인문학을 아울러야 하는 학문이다. 때론 풍부한 상상력도 발휘해야 한다. 이 교수는 시대를 넘나들며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게 바로 고인류학의 매력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화석의 생김새를 통해 인류가 진화해온 흐름을 연구한다. 이를테면 인류의 두뇌 용량의 변화, 노년의 진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다른 점은 무엇인지 등이 바로 그것. 2014년 노년기 연구논문을 발표하면서 고인류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이 교수는 당시 네안데르탈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에렉투스 그리고 현생인류의 치아 화석을 비교, 분석해 노년의 진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수백만 년 전 옛사람들의 뼛조각, 화석 등을 바탕으로 인류의 뿌리를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옛 인골을 직접 발굴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 오죽하면 천운이 따라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 내 대학의 인류학 연구팀과 함께 이스라엘의 한 동굴에서 발굴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네안데르탈인이 생활한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었죠. 열악한 조건에서 한 달 넘게 발굴에 매달렸지만 뼈 부스러기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10년 가까이 발굴에 매달리고 있지만 지금도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죠.”

이 교수는 고인류학을 연구하는 데에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 하나뿐인 정답을 찾거나 한번 유추해낸 답을 영원한 정답으로 생각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한번 시작하면 화석의 발견 여부 등에 따라 기약이 없어 보이거나 답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도 연구를 묵묵히 해나갈 수 있는 비결은 하루에 한 번씩 느끼는 사소한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루에 한 번 정도 즐거운 일이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요. 조금만 노력하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해요.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긍정적 사고가 언제나 연구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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