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파고드는 단어 공부법
올해 대회에서 챔피언을 결정한 단어는 'Aardvark(땅돼지)'였다. 알파벳을 하나하나 발음하는 정희현(세종 양지중 1)양의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고 발음은 또렷했다. 1초가량 이어진 침묵을 깨고 "That's correct(맞습니다)"라며 정답을 알리는 사회자 목소리엔 '이 단어마저 아느냐'는 듯한 놀라움이 묻어 있었다. 정양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NSB 한국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는 "모르는 단어가 없었다. 'Quarantine(검역)'이라는 단어가 잠시 헷갈렸지만, 금세 떠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를 구사하지만, 그것만이 우승 비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15년 뉴욕시 스펠링비 2위, 맨해튼 스펠링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인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정양은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를 한데 묶어 공부한 것이 비결"이라고 했다. "예컨대 'bar-'가 압력이라는 뜻을 가졌다는 걸 알면 'barometer(기압계)' 'barograph(기압기록계)' 등을 쉽게 암기할 수 있어요. '비슷한'이라는 의미의 'hom-'을 알고 있다면 'homogeneous(동종의)'를 봤을 때 뜻을 유추할 수 있고요." 정양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메리엄 웹스터(Merriam Webster)라는 온라인 사전에서 뜻부터 어원·예문·유의어까지 샅샅이 찾아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선 'Quizlet'이라는 단어 퀴즈 프로그램을 활용해 혼자 준비했다. 그는 "단어를 많이 알수록 내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생각 폭이 넓어지고 글쓰기에도 도움 된다"고 말했다.
◇집 안 곳곳에 '포스트잇' 붙여 암기금상 수상자인 홍승아(서울 도곡중 입학 예정)양은 외국으로 단기 어학연수 한 번 가본 적 없다. 5세 때 윤선생을 통해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갑자기 세상이 또렷하게 보였다고 했다. 간판·책·신문·인터넷에 널브러져 있던 꼬부랑 글씨가 '메시지'가 됐다. 이후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영어로 된 단어·표현을 알아가는 과정이 그렇게 재미날 수가 없다고 했다. 2년 전부터는 원서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첫 책은 '해리포터' 시리즈였다. 고어(古語)가 많아 반년에 걸쳐 어렵게 읽었는데 그 뒤로 실력이 한층 늘었다. 그는 책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전부 포스트잇에 옮겨 적어 서랍 위·거실 벽 등 집 안 곳곳에 붙여둔다. 홍양은 "따로 시간을 들이지 않고 수시로 단어를 보면서 암기하기 위한 방법이다. 일주일쯤 지나면 자연스럽게 외울 수 있다"고 했다.
홍양은 "매일 틈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 책에서 접한 배경 지식이 하나 둘 늘면서 그간 이해 안 되던 단어를 깨치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 김연정(42)씨는 "언어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그때그때 흥미가 생기면 전부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다. 독서를 휴식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