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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직업을 만나다] (8) 곤충 전문가

2017/02/21 15:54:10

◇사랑하는 벌레와 매일 전쟁을 치르는 곤충 과학자

"곤충 전문가(과학자)는 한마디로 '사랑하는 벌레'와 매일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사람입니다(웃음). 365일 벌레와 함께 지내며, 벌레를 살리거나 죽이는 연구를 진행하니까요."

지난 17일 오후, 전북 완주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식용곤충 사육실에서 만난 김미애(45) 곤충산업과 연구사가 말했다. 그의 주위로 플라스틱 통 수십 개가 천장까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통 안에 수북이 깔린 밀기울 위로 황토색 벌레들이 꿈틀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식품 원료로 허가한 갈색거저리다.

"갈색거저리는 '고소애'라고도 불려요. 볶아 먹으면 마른 새우처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번 드셔 보실래요?" 김 연구사가 건넨 갈색거저리를 눈 딱 감고 입에 넣었다. 징그러운 생김새를 머릿속에서 지우니 바삭하고 고소한 새우 과자 맛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괜찮죠(웃음)? 5평 남짓한 이 작은 방 안에 수만 마리의 벌레가 살고 있어요. 이처럼 곤충은 기르는 데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갈색거저리 기준, 1㎏당 돼지의 10분의 1에 불과해요. 단백질 함량은 훨씬 높고, 미네랄과 비타민까지 풍부하죠. 미래 식량답지 않나요?"

현재 세계 각국은 식용 곤충 연구와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네덜란드에서는 곤충 식품 유통회사가 설립됐으며, 미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곤충 사탕과 초밥이 팔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요 정부 기관이 관련 부서를 신설했고, 곤충으로 만든 쿠키와 파스타를 판매하는 식당도 등장했다.

"사실 곤충을 이용한 역사는 오래됐어요. 예로부터 누에로 실을 뽑아 옷을 만들었잖아요.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주거나, 해충을 잡아먹는 곤충들은 농사에 활용됐죠. 그러나 곤충은 여전히 미지의 자원이에요. 아직 기록되지 않은 종이 약 1000만종에 달하거든요. 또 연구하면 할수록 다양한 쓰임새가 쏟아져 나와요. 얼마 전 제가 연구한 바로는,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가 피를 잘 통하게 하는 효능을 지녔더라고요."

◇"곤충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김미애 연구사에 따르면 곤충 전문가는 크게 네 가지 분야에서 일한다. 곤충의 분류, 생태 연구와 사육, 소재 개발, 병해충 관리 연구 등이다.

"전 소재 개발을 담당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갈색거저리로 푸딩과 죽을 만들었는데요. 고단백이라 환자나 성장기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는 최고의 영양식이에요. 레모나처럼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먹는 갈색거저리 효소도 만들었어요. 지금은 곤충 음료를 개발 중이에요."

어릴 적부터 벌레를 좋아했던 김 연구사는 대학에서 견섬유학과를 전공했다. 졸업 후 농촌진흥청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곤충 연구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곤충 분류 쪽에 몸담았어요. 한국에 사는 귀뚜라미 30여 종을 분류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귀뚜라미마다 우는 소리가 다 다르더라고요. 뀌루루루, 뀌뚜루루, 귀뚤귀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날개나 더듬이 등의 생김새도 각기 다른데 얼마나 예쁘고 신비하던지요. 곤충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곤충 전문가가 일하는 주요 기관으로는 농촌진흥청, 산림청, 국립생물자원관, 곤충박물관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학에서는 곤충산업과 등 관련 과를 새롭게 만드는 추세다. 한국식용곤충연구소와 같은 벤처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곤충 산업의 미래와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연구 분야가 무궁무진한 데다 빠르게 커지는 시장 규모에 비해 전문가가 적은 상황이거든요. 미래 자원을 개발하는 만큼 보람도 커요. 곤충에 관심 있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보세요. 특별히 준비할 건 없습니다. 채집을 자주 다니고, 과학책을 많이 읽으면 돼요. 우리 뒤를 이어 세계 곤충 시장에서 활약할 주인공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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