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회변화에 따른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증대입니다.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인 창의 사고력과 융합능력 함양을 위한 교실 수업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4차 산업 혁명,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을 급격하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지점에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 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는 새 교육과정 개발이 절실히 요구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분은 새 교육과정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습니다.
“학생이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으로, 교과서 중심의 암기 학습에서 벗어나 학생이 참여하는 학습을 지향합니다. 능동적 학습을 통해서 지식, 기능, 태도가 고르게 신장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요.”
바뀐 교육 과정의 목표는 교과서 암기식 주입식 교육의 종언을 의미하며, 선생님 뿐 아니라 학생들도 교육의 주체로 당당히 올라서는 것을 말합니다. 진 이사님은 학생이 직접 수행하는 가운데 사고력이 신장되고 기억도 오래 지속되는 법이라며 보고서 쓰기, 자료 찾기, 만들기, 그리기, 토의 토론, 실험 실습, 역할극 등의 수행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강의와 정기 지필 고사만이 있었던 교실 수업에 혁명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문제 풀이 위주의 수학 수업도 이렇게 바뀝니다. 학교 사정에 따라 선생님의 교육 철학에 따라 설명식 교수, 탐구 학습, 프로젝트 학습, 토의・토론 학습, 협력 학습, 매체 및 도구 활용 학습 등을 적절히 선택해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평가 방법도 학습 결과, 즉 몇 문제 맞고 틀렸는지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중심 평가도 실시해 종합적인 수학 학습평가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당분간은 지필 평가와 과정 평가가 공존하겠지만 결국은 과정 평가만이 남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바로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입니다. 현 상황에서는 이런 수업 방식과 평가 방식이 가장 어울리는 입시 제도는 결과 뿐 아니라 과정까지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진 이사님이 말씀 하신 내용 중에 관찰 평가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주목했습니다. 면접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저는 관찰 평가, 면담 평가, 구술 평가를 통해 선생님들은 수학 실력 뿐 아니라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까지 평가하고 역량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평가의 주체도 선생님만이 아니라, 자신, 동료인 친구들까지 확장됨으로써 학생들이 성찰적 사고력을 키우고 조직과 공동체에 대한 기여, 함께 하는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우칠 수 있다는 점에 저는 큰 기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진 이사님의 강연이 총론적 성격이라면 이어 진행된 최진규 선생님의 강연은 실제 선생님들이 학교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 실제 수업 방법들이 소개된 실전 강좌였습니다. 학생부 종합을 위한 교재를 개발해 학생들과 방과후 수업을 하고 계신 최 선생님은 최근 ‘학생부 1등급 만들기(사진)’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그분은 학생부를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소통으로 정의하셨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적는 셀프 학생부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학생들이 평소 워크북에 자신의 활동들을 기록하게 하고 이 워크북을 바탕으로 학교 선생님들의 학생부 기록이 이루어지면 가장 이상적인 학생부 교육과 관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그분은 주요 대학의 학생부 종합 전형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자율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독서활동 등을 학생들이 학교 인프라를 고려해 스스로 설계하고 그 과정을 마치 페이스북 담벼락에 남겨 놓듯이 계속해서 양식에 맞춰 기록하도록 지도합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공개 일기장을 관찰하면서 때로는 학생들에게 질문도 해가며 검증도 하면서 학생부에 기재될 것들을 골라 객관적이고 균형적으로 써주시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지요. 이 과정에서 양심과 사실 검증에 대한 의지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래야 셀프 학생부나 학생부 조작 학생부 컨설팅 등의 문제점도 시정될 수 있다는 것이 그분의 주장이셨습니다.
이날 연수에 참여한 대구 청구고 이동우 선생님은 “최 선생님은 현재 재직 중인 학교(일반고)에서 실제 사례들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이 배경과 환경이 열악한 조건의 재학생들이 꿈과 재능을 꽃 피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전형임을 강력히 입증하셨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소논문 R&E 등 대학들이 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극소수가 받는 사교육을 근거로 학생부 종합이 사교육 유발 효과가 가장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류가 있습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문제는 사교육이 아닌 다른 곳에 있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얼마 전 교육 개발원에서 발표한 미래 교육의 비전과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꼼꼼히 읽으면서 미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주력을 두는 미래 사회에 요구되는 역량은 개방적 융합적 인재로서 필요한 역량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1) 개인적 역량 :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
2) 공동체적 역량 : 협업능력, 의사소통 능력, 정의적 역량
3) 그리고 ICT 활용 능력
과연 현재 객관식 5지 선다 수능 시험이 이 셋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측정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수능 공부가 학생들이 이런 역량을 키우는 데 얼마만큼의 도움을 줄까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