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4 16:30:59
◇"인터넷에 남긴 흔적, 깨끗이 지워드립니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이슈 중 하나가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다. 광범위하게 게재된 자신과 관련된 온라인 정보를 삭제하도록 요구할 권리를 뜻한다. '사이버 기록 삭제 전문가'는 잊힐 권리를 위해 개인이 원하지 않는 악성 댓글, 사진, 동영상 등의 인터넷 기록을 삭제해주는 직업이다. 사망한 사람의 인터넷 흔적을 정리하는 것도 도와준다. 온라인 속 인생을 지워주기 때문에 '디지털 장의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지난 10일 오후 대한민국 1호 디지털 장의사로 알려진 이동이(41) 대표의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컴퓨터 모니터에 각종 인터넷 포털창이 떠 있었다. 이 대표는 "의뢰 고객의 자료를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장의사란 직업이 보편화된 상태예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개념이 조금 달라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흔적을 지워주는 일을 해요. 의뢰인은 중·고등학생부터 일반인, 연예인 등 다양합니다. 예전에 자신이 올린 글이나 자신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다룬 인터넷 글을 지워 달라는 의뢰가 많죠."
◇해외에 서버 둔 게시글도 삭제 가능
주 업무는 고객이 의뢰한 모든 디지털 정보를 검색, 삭제하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여러 단계의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의뢰인과의 상담을 통해 삭제하고 싶은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이메일이나 SNS 계정, 게시글 등을 검색해 하나씩 삭제한다. 타인이 올린 게시물 가운데 의뢰인을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있을 때도 해당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글을 찾으면 홈페이지 운영진이나 담당자에게 삭제해야 하는 정당한 사유를 문서로 만들어 요청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란 게 있기 때문에 보통은 다 삭제해줍니다. 이런 방식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라온 글도 지울 수 있답니다. 물론 해외에 서버를 둔 게시글도 지울 수 있고요."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인터넷 평판을 관리하는 일도 사이버 기록 삭제 전문가의 역할이다. 이 대표는 "합당한 사유가 아닌 나쁜 의도를 갖고 기업을 깎아내리는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 기업의 의뢰를 받아 삭제 작업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