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하고 싶었던 실험 다 해볼 것"
"허팝 나오는 거 아냐?" "설마…."
인터뷰 장소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으니 지나가던 초등생들이 걸음을 멈추고 수군댔다. 330㎡(100평)가량의 컨테이너 창고는 이미 동네 초등생 사이에선 성지(聖地)인 듯했다. 호기심 어린 눈들을 뒤로하고 안에 들어서니 수십 개의 장난감 총, 트램펄린, 인형, 고무공까지 허팝 영상에 등장했던 소품들이 보였다. 허팝(본명 허재원·29)은 이 같은 물건을 활용해 기발한 실험을 하는 콘텐츠를 매일 올린다. 티셔츠를 100장 겹쳐 입어 본다든가 드라이기로 공중에 달걀을 띄우는 식이다. 콜라로 목욕하는 실험도 있다. 지금까지 올린 영상은 1000개 이상, 구독자가 130만명을 넘었다.
그는 처음부터 아이들을 겨냥한 영상을 촬영한 건 아니라고 했다. 평소 궁금했던 것, 해보고 싶었던 걸 했을 뿐인데, 어린 친구들이 열광했다. "어릴 적 과학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엄하셔서 하고 싶은 걸 억누르면서 지냈습니다. 활달했던 성격도 점점 내성적으로 변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마음속엔 호기심이 살아 있었죠. 그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상상만 했던 것을 지금 맘껏 해봅니다." 그는 근처 마트에 가거나 해외 토이 사이트를 보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장난감을 발견하면 꼭 구입한다. 해외 배송이 안 되면 직접 사러 간다. 얼마 전에도 '알 깨고 나오는 펭귄 인형'을 사러 일본에 다녀왔다. 키즈 아이템을 다루는 유튜버들이 많아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아이들이 따라 할 수 있으므로 부탄가스 등 위험성 높은 소재는 가능하면 쓰지 않는다. 환경오염 유발하는 아이템도 제외한다. 무심코 비속어를 내뱉으면 편집해 다시 찍는다.
그는 "나는 아이들에게 연예인과 비(非) 연예인의 중간쯤 되는 존재 같다"고 했다. "동네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처음엔 '어어, 허팝이다' 하며 연예인 보듯 다가오지 못하지만, 두 번째엔 '우리랑 같이 놀자'고 합니다. 화려한 스튜디오가 아닌, 집이나 공터에서 평범한 옷을 입고 영상을 찍다 보니 '우리와 같이 놀 수 있는 재미난 삼촌' 정도로 보는 것 같아요." 온·오프라인을 통한 활발한 소통도 강점이다. "팬들에게서 '다음엔 이런 실험을 해달라'는 온라인 메시지가 많이 와요. 재미있는 제안이면 꼭 해보죠. '이런 게 궁금하다' 질문하면 영상이나 팬카페를 통해 답변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우리는 '함께 영상을 만들어나가는 사이'예요."
허팝은 향후 해외 영·유아 시청자를 겨냥해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는 "유아들은 성인과 달리 한 번 본 영상을 계속 돌려보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는 조회수가 매우 높다. 언어에 상관없이 클릭하는 경우도 많아 한국 유튜버들도 도전할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