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시합격자 수에 대한 미련 2000년 이전엔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사들의 위세가 대단했다. 지금도 SKT나 KT의 힘을 무시할 수 없듯이 네트워크와 회선 사업을 하는 통신사들이 커뮤니티와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까지 장악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리안 같은 경우는 유료 메일 수입의 규모가 상당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게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자원의 저주라 불리는 이른바 ‘네덜란드 병’-천연가스나 광물 등 부존자원을 개발해 호황을 누리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 -이다. 인터넷 환경으로 급속히 전환되는데도 이에 대한 시스템을 준비하지 않고,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유료메일 회원의 숫자와 수익으로 버티다가 수명을 다하고 만 것이다. 분명히 인터넷 환경으로 시대가 바뀌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외면한 것에 대한 대가다.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계문명이 인류문명을 초월하는 시점은 ‘칠면조 공식’처럼 온다”고 했다. 1년 내내 먹고 뛰놀던 칠면조가 추수감사절이면 튀겨져 식탁에 오르는 것을 전날까지도 모르는 것처럼, 하지만 그 날은 꼭 오고야 마는 것처럼 이제 아무리 외면해도 수능은 전체 전형의 26%남짓밖에 선발하지 않는 전형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야 하는 길이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소양을 지닌 인재를 기르기 위해, 암기와 찍기가 아니라 대학이 원하는 조사, 탐구, 토론, 발표, 질문 등 과정 중심의 수업과 동아리, 봉사, 자율활동 등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꾸준히 관찰하는 기록을 통한 평가로 바꾸어야 한다. 이 역사적 사명을 외면하는 학교는 곧 절대평가, 자격고사화 하는 수능과 함께 어쩌면 20년 전 PC통신사의 전철을 밟는 사례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영어와 한국사 절대평가, 정시비중 축소,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추세는 이제 시대적 소명을 다한 수능의 미래를 예감하게 한다. 다수가 응시하는 과목을 선택해야 유리한 상대평가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융합인재를 길러야 하는 시대에 문이과를 편 갈라 교육목표를 왜곡하고, 특히 진로와 관련된 과목에 대한 연관성을 요구하지 않아 점수를 잘 받을 가능성이 있는 탐구과목이나 아랍어 등의 외국어를 선택하게 하는 구조는 2015 개정교육과정과 상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변화될 수밖에 없고, 또 변화되어야 한다. 올해 중3이 치르는 2021수능은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개편된 이후이므로 전 영역 절대평가로 전환될 것이 예상된다. 이 경우 수능은 자격고사화할 가능성이 높다. 성균관대가 종합전형에서 의예과를 포함해 수능최저를 모두 없애고, 연세대가 면접전형을 신설하고 역시 최저를 없앤 이유는 대학이 이제 학생부를 평가하는 노하우가 쌓였다는 반증이다. 현재 수능 중심의 명문고 위상이 변화되는 것이다.
2. 학생부종합전형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