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31 16:37:06
이 책에서 미래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첫 번째 동사가 바로 ‘되어가다’ (Becoming)이다. 현재는 모든 것이 ‘되어가는’ 시대라는 거다. 과거에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오랜 기간 지위를 유지했다. 10여 년 열심히 공부하고, 고시를 통과하면 평생 할 공부를 다 했다. 이후에는 시험 준비를 위해 쌓았던 지식을 통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신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기존 기술은 빨리 퇴장한다. 혹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신기술과 다름없게 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직업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필름 카메라가 사라졌다. 인터넷 뱅킹이 등장하면서 ATM과 은행원 자리가 줄어들었다. 업무를 돕는 프로그램들이 발달하면서 경영 지원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인공 지능이 날씨, 스포츠 등 단순 단신기사를 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광고 수입을 포털이 가져가면서 언론사도 위협받고 있다.
케빈 켈리는 이 시대에는 모두가 초심자가 된다고 주장한다. 사회는 모바일 앱 개발처럼 끊임없이 변한다. 축적된 경험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 현재 상태가 꾸준히 바뀌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현재가 다가오는 사회.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사회. 뒤를 돌아봐야지만 진보를 느낄 수 있는 사회. 그래서 저자는 미래사회(그리고 현재 사회)가 디스토피아도, 유토피아도 아닌 프로토피아(protopia)라고 주장한다.
이런 사회에 적응해 나가려면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패러다임은 지식의 유통기한이 길 때 유용했다. 대학 입시와 고시를 통과해서 일자리, 자격증만 얻으면 평생 얻을 지식이 충분했던 시절에 맞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신기술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 중이다. 신기술은 기존의 작업방식을 뒤바꾸고 있다. 나아가 직업을 없앤다. 새로운 직업이 등장한다.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는 피곤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직업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교사 등, 정부가 독점하는 자격증이 있거나, 한번 획득하면 평생 일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직업, 혹은 둘 다인 직업이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현대사회, 프로토피아에서는 모든 직업이 모바일 앱처럼 끊임없이 바뀐다. 의사도, 공무원도, 변호사도, 모든 직업이 새로운 기술로 인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부족하다.
에듀테크는 기존의 지식을 새로운 지식을 통해 잘 가르치는 방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모바일 앱을 통해 연산능력을 키운다거나, VR을 통해 역사 체험학습을 더 풍성하게 하는 등의 방식이다. 물론 훌륭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기술이 만드는 미래 교육을 바꾸는 일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
산업혁명 이전에 미국인의 70%가 농업에 종사했다. 지금은 1%가 농업에 종사한다. 69%의 직업이 사라졌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이 등장했다. 이미 한번 겪은 일들이다.
과거 한국 사회는 성공적으로 교육을 혁신했다. 산업화 시대에 맞춰, 모든 교육을 새롭게 바꾸었다. 일본과 미국 교육을 적절하게 혼합해 세계 최고 성과를 내는 교육 시스템을 개발했다. 산업화 시대에 유효한 방식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20대 초반 시험 통과를 위해 배우는 지식으로는 100세를 준비할 수 없다. 모든 학생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국영수도, 코딩도 아닌 ‘평생 끊임없이 배우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