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를 올린다고 해서 '차례'
차례는 제사와는 달리 설·추석·한식·동지 같은 명절에 지내는 제례에요. "후손들을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조상께 감사하는 자리죠. 옛 선조들은 지금과 달리 차와 간단한 다과를 갖추고 제례를 지냈는데요. 이 때문에 '차(茶)를 올리는 예(禮)'라고 해서 '차례'라고 부르게 됐대요.
차례상 위에 음식을 차리는 것을 '진설(陳設)'이라고 해요. 지역이나 전통에 따라 차례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이나 규칙도 조금씩 달라요.
일반적으로 차례상은 병풍을 기준으로 1열에서 5열까지 순서에 맞게 올려요. 병풍과 가장 가까운 1열에는 떡국과 술잔 등을 신위(神位·죽은 사람의 사진 따위를 이르는 말) 수대로 놓아요. 두 분의 조상님을 모신다면 각각 두 개씩 올려야겠죠? 2열에는 생선과 고기로 만든 음식을 올리고, 3열에는 생선탕이나 고기탕 등 탕류를, 4열에는 포·나물·식혜 등을 올리면 돼요. 마지막으로 5열에 과일이나 약과 등을 올리면 비로소 차례상이 완성됩니다.
◇붉은 김치 대신 흰 나박김치 사용
차례상의 각 열에는 '음식의 역사'가 담겨 있어요. 수렵·채집 시대에 먹었던 음식을 뜻하는 과일과 나물, 채소를 맨 앞쪽과 둘째 줄에 놓아요.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했는데요. 뒤쪽 세 줄에 놓이는 탕, 전과 적, 밥과 국 등이 이에 해당해요.
그런데 왜 차례상에는 김치가 올라가지 않을까요?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에는 소금 이외에는 다른 양념을 잘 사용하지 않아요.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이 양념이 발달하기 전부터 굳어졌기 때문이에요. 또 가능한 한 모든 음식을 자연의 맛에 가깝게 만든다는 의미도 있어서 김치를 올릴 때는 흰 나박김치를 올린답니다.
시대가 변하면 음식과 격식도 조금씩 변하는 법. 차례상의 원칙은 날이 갈수록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살아생전에 좋아하시던 음식이나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차례상 위로 올라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답니다.
형식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차례상의 진정한 의미는 조상께 올리는 '정성' 아닐까요?
차례상에 이것만은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