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배운 적 없는 10살 소녀, 시청자를 울리다
정은이와 만난 지난 12일은 드라마 종방 기자회견이 있던 날이었다. 일정이 마무리된 뒤 오후 6시,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오 마이 금비'를 끝낸 소감이요? 섭섭하긴 한데 이제 고생 안 해도 돼서 조금 좋아요. 일주일 내내 촬영했거든요. 아, 아주 조금이라고 꼭 써주세요(웃음)."
드라마 속 금비는 맑고 순수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똑 부러진 아이다. 아동 치매인 니만피크병에 걸려 기억이 사라져가지만, 좌절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려 애쓴다. 어렵게 진짜 가족이 된 사랑하는 아빠 휘철(오지호), 엄마 강희(박진희)와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어서다.
"아픈 연기가 어려웠어요. 제가 워낙 튼튼해서 잘 안 아프거든요. 니만피크병 환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챙겨봤어요. 감독님도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자고 일어났을 때 기운이 없으니 그렇게 해보라고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말을 느리게 했는데, 괜찮았나요?"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마지막회에서 금비가 기억을 전부 잃기 전, 엄마 아빠와 셋이 부둥켜안고 대화하는 신을 꼽았다. "안 울려고 했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며 "서로 감싸주고 위로하는 모습이 슬프고도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마지막회 때 제 연기가 여태껏 했던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들어요. 결말이 안타깝긴 했어요. 금비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채 끝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