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장비·통증치료기 등 첨단 시설 갖춰
지난 12일 충남 보령 대천항. 녹색 십자가 깃발을 펄럭이는 배 한척이 출항 준비에 한창이었다. 충남 지역 6개 시·군 29개 섬에 사는 주민 3983명의 건강을 돌보는 병원선 '충남 501호'다.
160t급 소형 선박이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여느 병원처럼 접수·대기공간, 내과·치과·한방과 진료실, 임상병리실, 방사선실, 약제실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디지털 방사선진단장비, 초음파 기기, 자동뇨분석기, 치과 유닛, 레이저 통증치료기 등 의료 장비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부~웅! 부~웅!"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의사(내과·치과·한의과) 3명, 간호사 3명, 선장, 기관장, 항해사 등 18명을 태운 배가 바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 가기로 했던 유부도(有父島) 근처에 파도가 높아 가까운 보령 고대도(古代島)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병원선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항구에서 30여분을 달려 고대도 100m앞 해상에 닻을 내렸다.
"자, 이제 준비합시다."
오종명(59) 선장의 말에 병원선 식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의료진들은 진료 장비를 가방에 챙겼고, 선박직들은 소형 보트를 바다에 내렸다. 보통은 주민들을 이 보트에 실어 병원선으로 데려와 진료하지만, 이날은 배의 출렁임이 심해 의료진들이 직접 섬으로 나가 진료를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