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맘' '성남분당맘' '판교맘' '맘스홀릭' '미즈넷' 등 엄마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선 "예절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갑질하는 아이로 안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글이 최근 한 달 사이 수십여건 올라왔다. 아이디 'kiwi09mom'은 "10살 난 딸 아이 하나밖에 없어서 불면 꺼질세라 오냐오냐 키웠는데 요새는 최순실 딸 정유라처럼 클까 봐 무섭다. 가정교육을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고 썼다.
청학동 서당과 예절학교들은 때아닌 호황이다. 하동에 있는 청림서당에서 교사로 일하는 A씨는 "4주 동안 최대 200명씩 학생을 받았는데 예전엔 중학생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는 뜻밖에도 유치원생·초등학생이 많이 찾아온다. 200명 중 유치원생만 40~50명씩이나 된다"고 했다. 한 달 수업료가 100만원이 넘지만 예약이 꽉 찬다고 했다. "많은 부모가 '남 배려하는 법, 어른 공경하는 법, 부모님께 감사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는 게 A씨 설명이다.
대치동·이촌동 일대에선 강남의 몇몇 스피치 학원 강사를 불러다 놓고 소위 '매너 과외'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엄마들도 있다. 스피치 학원 강사 강모씨는 "지난달에 중학교 남자 아이 5명씩 그룹으로 짜서 2주 동안 매너 강의를 해준 적이 있다"고 했다. "차분하게 앉아서 눈을 맞추는 법, 부드럽고 공손하게 말하는 법, 어른에게 인사하는 법 같은 것을 가르쳤어요. 뜻밖에도 그런 기본적인 교육조차 안 돼 있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홍보대행사 '커뮤니크'의 신명 대표는 중학교 3학년 아들의 예의범절 교육을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 미팅 때도 아들을 종종 데리고 나간다. 신 대표는 "정유라의 행동으로 보면 대개 서비스 직종 사람들에게 함부로 하는데 부모가 그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걸 보고 자라서 그럴 것"이라며 "미팅 자리에서 손님과 자연스럽게 말 섞는 것, 음식이나 차를 주문할 때 종업원에게 예의를 갖춰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데려간다. 아이가 그런 걸 보면서 저절로 예의범절을 익히게 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은 "가정교육을 통해 반듯한 아이를 기르겠다는 생각, 인성이 학습보다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갖게 됐다는 건 무척 긍정적인 현상"이라면서도 "예의범절 교육조차 사교육으로 해결하려 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가장 중요한 건 부모 스스로가 어떻게 남을 대하는지를 평소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