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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완벽하지 않은 내 마음

2016/12/26 09:37:17

오늘은 오랜만에 서울대 지원자들이 많이 읽는 훈훈한 책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지난해에는 이 작가의 책이 국내 작가 작품 중에 유일하게 서울대 자소서 독서 활동 탑 20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바로 혜민 스님이고 책 제목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죠. 혜민 스님의 새 책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수오서재)’ 역시 올해 수험생들이 많이 읽고 자소서에 인용한 책입니다. 

혜민 스님의 책은 일단 자기계발서 범주에 넣을 수 있겠지요. 저는 모든 책을 자기계발서라 생각하고 읽으라는 주문을 학생들에게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을 말리지는 않지만 실제로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책들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다 맞는 말이고요 삶에 뼈가 되고 살이 되면서 인생에 도움이 되는 말씀들이지요.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다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식의 일체유심조 사상으로 흐르거나,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개인적 차원에서 바라보도록 시선을 고정시킨다는 단점이 제 눈에 보였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는 감동을 받지만 읽고 나서 학생들이 달라지는 것 같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혜민 스님의 책은 달랐습니다.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진짜 힘을 내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사례들이 목격되었기 때문입니다. 공부에 의욕이 없고 싫증이 나던 상황에서 한 학생은 이 책을 읽고 자신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공부를 비롯해 주변의 모든 것을 목표로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했던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는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즐거우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열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라는 경구를 발견했고 삶에서 작은 실천 예컨대 ‘햇볕을 쪼며 걷기’ 등을 싣도해 즐거움을 찾고 결과적으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학생은 자신이 목표로 하는 서울대 공대에 수시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혜민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서문에서 “쫓기듯 사는 삶에 지친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받는 생활을 목표로 하나 마음처럼 잘 되는 않는 분들에게,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쓰고 있습니다. 목차를 보면 휴식 미래 인생 관계 사랑 열정 종교 등 그는 삶에서 보편적으로 추구할 가치를 다루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각각의 가치에는 예를 들어 관계에서는 관계의 기본 가짐은 사람 한 명 한 명을 난로처럼 다루라, 인생은 정해진 멜로디가 없는 즉흥 재즈와도 같다는 멋진 아포리즘이 연속됩니다. 당신이 아름다운 이유는 당신이 잘 생겨서가 아니라 세상에 당신 같은 존재가 당신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말은 어떤가요?

혜민 스님 글의 최대의 미덕은 아름다움입니다. 아름다운 문체와 그 보다 더 아름다운 내용, 읽다보면 아름다움에 도취돼 자신과 자신의 주변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마음이 편해집니다. 혜민 스님의 글이 원인이라면 마음의 평화가 독자들이 얻은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학생 글도 발전하더군요. 이 책을 읽는 대다수 학생들도 자신의 글을 아름답게 포장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 아름다움이 꽂힌 지점은 저마다 다르지요. 앞에 친구처럼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시험을 잘 못 봐서 무기력증에 일시적으로 빠졌던 학생은 “지금 내 마음이 바쁜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바쁜 것인가”라는 구절에 꽂히더둔요. 순서는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디. 일단 위로를 받습니다. 그 다음에 삶의 여유가 생깁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를 하게 되고 마지막 순간에 행복감이 찾아 오는 것 같습니다. 

멈추면 비로소 내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이 삶의 보편적 가치들이라면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서 완벽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생각과 마음입니다. 이 책의 부제 역시 ‘온전한 나를 위한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이지요. 전작은 슬럼프에 빠진 학생, 의욕을 잃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에 대해서 지나치게 가혹한 학생들에게 특히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다음 문장을 볼까요?

“내 안에는 여러 생각이나 감정들이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그것들 위로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관조자가 있습니다. 그 관조가가 바로 우리의 본성입니다. 마음 본성은 거울과도 같아서 더럽혀진 적도 더럽혀질 수도 없습니다. 잠시 거울 위로 보여지는 영상들을 붙잡고 나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지금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나의 생각과 감정입니까? 나입니까? 그 분에 따르면 바로 전자죠. 내 생각과 지금의 내 감정이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겁니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괴로운 것도 내 자신이 아니라 일시적인 나의 생각과 감정입니다. 내 생각과 나를 동일시하지 말라는 혜민 스님의 말씀은 어느 심리학 책에서도 찾기 어려웠던 단순하고 명쾌한 진리이면서 읽고 있던 나의 머리를 죽도와 죽비로 동시에 내려치는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내 생각에 노예가 되어 나에게 얼마나 해로운 행동을 했는가?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생각이 바뀌어 얼마나 많이 후회했던가? 수능을 앞두고 스스로를 볶아 힘들어 하는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였습니다. 그 분의 책 목차에는 자유란 채프터가 없는데 저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자유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그 자유는 내 생각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힘들어 하는 자신을 극복하려 하지 말고 허락하라는 그 분의 말씀을 힘들어 하는 제 제자에게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전했죠, “모든 것은 변한단다. 상황이 바뀌면 마음도 바뀌고 생각도 바뀌는 법이야. 부정적 상황에서 떠오르는 부정적 생각들을 없애려고 하지 마. 눈 앞에 있는 것을 그냥 바라보기만 해. 그리고 편하게 숨을 쉬어 봐. 숨이 편해지면 마음이 편해진단다. 인터넷 유머 사이트도 좋고 SNL도 좋아. 웃으려고 해 봐. 휴식과 유머로 마음의 긴장이 풀리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단다. 인생에 진리란 찾는 것이 아니야. 마음이 편해지면 그냥 오는 것이란다.”

그 학생은 이 책을 읽고 마음의 여유도 찾고 평화도 찾고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 그는 수능도 잘 치르게 되었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학교 학과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수험 생활 속에서 학생들이 책에서 읽은 교훈을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 때마다 혜민 스님의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문구들을 읽고 또 읽어 보세요. 그 학생은 그렇게 했습니다. 그처럼 자신의 부정적 생각으로부터 자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순간의 생각과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게 되었고 상황에 따라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되면서 결국에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모의고사에 비해 실제 수능을 크게 못 봐 재수를 선택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에게 재수 생활 1년 동안 꼭 이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순간순간 생겨나는 부정적 내 마음에 내가 지배당하지 않고 내 생각이 아닌 나를 믿게 되는 순간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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