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1 16:59:22
◇아랍어 처음 본 기자가 풀어도 ‘2등급’… 현 체제선 ‘아랍어’ 선택 유리
현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베트남어, 한문 등 총 9개 과목으로 이뤄졌다. 이중 가장 인기인 과목은 단연 ‘아랍어’다. 올해는 약 71.1%(5만2626명)가 아랍어를 선택했으며, 지난해 2016학년도 수능에서는 52.8%(3만7526명)가 응시했다.
이렇게 아랍어 인기가 높은 것은 점수를 잘 받을 확률이 높아서다. 올해 2017학년도 수능에서 아랍어 1등급컷은 31점, 2등급컷은 18점(원점수 기준)으로 추정된다. 시험 난도가 높다기보다는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거의 없어 대부분 응시생이 ‘찍기’로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랍어를 본 적이 없는 기자가 10여분 간 문제를 풀고 채점한 결과, 2등급에 해당하는 점수(18점)가 나왔다. 이와 달리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은 1등급컷이 45~48점으로 높다. 한때 (가르치는 학교가 적어) 아랍어처럼 인기가 높았던 베트남어도 1등급컷이 42점에 달한다. 2등급컷도 베트남어를 제외하곤 대부분 42~46점이다.
정 총원장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적은 노력으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아랍어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은 (최상위권 수험생인) 외국어고 재학생이 주로 응시하기 때문에 일반고 학생들은 응시를 꺼릴 수밖에 없어요. 외국어고에서 해당 언어를 전공한 학생 중에도 공부를 소홀히 했다가 5등급을 받은 사례가 있을 정도니까요. 이와 달리 아랍어는 ‘잘 찍기만 해도’ 2~3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 응시생이 계속 늘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제2외국어·한문은 형평성이 없고,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 총원장은 “제2외국어·한문에 응시하되,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아랍어’를 선택하는 게 좋다”며 “만약 아랍어 1~2등급을 노린다면, 여름방학 이전에 1~2개월 정도 인터넷강의 등으로 공부해 두는 게 학업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