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9 03:03:50
◇시간을 의지대로 운용하는 사람
“아침에는 전화를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오전 11시쯤 돼야 일어나거든요.”
윤이나(33)씨의 말이 날아와 귀에 꽂혔다. 오전 6시에 일어나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구겨넣고 출근해 일을 시작한 지 10시간이 넘은 시점이었다.
윤씨는 자기 의지대로 시간을 운용한다. 평론가·기자·편집장·작가·PD·사장(가방 제작자)…. 하루에도 여러 직함으로 불리며 이곳저곳에서 일하지만, 소속된 회사가 없으니 가능한 일이다. 그는 고교를 졸업하면서 과외를 시작으로 장·단기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일급이나 월급을 받으며 살아왔다. 지난 14년간 한 일이 닭 가공·선글라스 판매·꽃 포장·방청·서빙 등 서른 가지쯤 된다. 마트에서 초콜릿 판매왕도 여러 번 했다. 지금은 주로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방송국 PD 시험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한 매체에 글을 써 원고료를 받았고, 이후 원고 청탁이 하나둘 늘며 본격적으로 글 쓰는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회사에 소속됐을 때 주어지는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단지 그걸 위해 제 컨디션에 맞지 않는 근무 패턴과 불필요한 책임을 감수하기 어려웠던 거죠.”
윤씨는 어릴 적부터 학생회장을 맡아 남들을 잘 이끌었고, 성적도 좋아 성균관대를 조기 졸업했다. “많은 우등생이 부모 기대 때문에 자기 적성을 찾기 보다 ‘멋진 직장’ ‘안정된 직업’을 얻는 데 집중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부모의 바람을 모두 충족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했습니다. 등록금은 장학금을 받아 해결했고 용돈은 아르바이트로 벌었죠. 그래서 부모님도 제 일에 특별히 간섭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그는 “청소년에게 꿈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전 방송사 PD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안 됐죠. 하지만 어떤 꿈은 능력이 있더라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제 목표는 재미있게 사는 거예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때로는 새로운 일에도 도전해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