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없다는 말, 신경 쓰지 않아요"
테니스장에 도착했을 때 이덕희는 임규태 전담 코치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공이 아웃될 때마다 코치들에게 질문을 했다. 힘이 부족했는지, 방향을 잘못 잡았는지, 자세가 잘못됐는지, 어눌한 발음으로 묻고 또 물었다. 코치들의 복잡하고 긴 설명도 곧잘 알아들을 정도로 그는 구화(口話·청각장애인이 상대의 입술 모양을 보고 대화를 하는 것)에 능했다.
"테니스를 시작한 건 일곱 살 때였어요. 사촌 형(우 코치)이 하는 걸 봤는데 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재밌어 보였어요. 형의 라켓을 빌려 휘둘러 보다가 어쩌다 공이 '딱' 맞았는데 그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그때부터 테니스와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웃음)."
테니스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냉담했다. 어머니 박미자씨는 "일반인도 쉽지 않은 운동을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하겠느냐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덕희는 "주변에서 하는 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대신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으로 보여주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테니스에 대한 욕심은 이덕희를 연습벌레로 만들었다. 그는 매일 오전·오후 각각 3~4시간씩 꾸준히 훈련을 한다. 웨이트트레이닝 등 체력을 다지기 위한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타고난 '동체시력(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하는 능력)'도 테니스 선수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우 코치는 "테니스의 경우 상대방이 친 공이 어느 쪽으로 날아올지 빨리 알아채는 게 중요한데 덕희는 공의 구질과 방향을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덕희는 기억에 남는 경기로 지난 2014년 프랑스오픈을 꼽았다. "이 대회 때 평소 존경하던 라파엘 나달(30·스페인)과 테니스 연습을 하는 기회를 얻었어요. 제 시합보다 나달이랑 연습한다는 생각에 떨려서 잠을 제대로 못 잤던 기억이 나요(웃음). 직접 나달의 공을 쳐보니 확실히 다르다는 게 느껴졌어요. 나달처럼 실력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