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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를 압도하는 실력 지닌 '빙상계의 샛별'둘은 주 종목이 다르다. 태완이는 단거리, 지연이는 장거리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각각 남자 500·1000m, 여자 1000·1500m 우승을 차지했다. 한 사람당 두 종목까지만 출전할 수 있었던 만큼, 최고의 성적을 거둔 셈이다. 특히 태완이는 500m 결승에서 개인 최고 기록인 41초75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43초40)보다 무려 2초나 빨랐다.
2관왕 소감을 묻자 태완이가 당차게 대답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어요. 지난여름 열심히 운동했으니까요. 살도 10㎏ 넘게 빠졌는걸요(웃음). 개인 최고 기록이 나와 정말 뿌듯해요. 발을 눌러서 바깥으로 세게 밀라는 코치님의 조언이 도움이 됐어요. 세 번째, 네 번째 코너를 나올 때 속도를 붙인 전략도 통한 것 같아요."
같은 질문을 지연이에게 던지자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기쁘긴 한데요…. 솔직히 아쉬움이 커요. 첫 시합이었던 1500m 경기 때 너무 긴장해서 기록이 잘 안 나왔거든요. 1000m 기록도 만족스럽지 않아요."
소감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연이는 승부욕이 무척 강하다. 시합에서 지면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 들며 눈물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좌절하지는 않는다. 국가대표 등 선배 언니들의 경기 영상을 챙겨 보고, 자신이 보완해야 할 부분을 이 악물고 연습한다. "훈련이 힘들어도 기분 좋게 하다 보면 실력이 훌쩍 자라 있어요. 그 자체가 재밌어요."
태완이의 경우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지연이처럼 시합을 앞두고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요즘 나름의 극복법이 생겼어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어요. 몸을 가볍게 털고, 대회가 다 끝나 홀가분한 기분을 상상하죠.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