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은 1995년 MBC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면서 방송을 시작했다. '천생 개그맨'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언제부턴가 TV에서 그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 그가 돌연 클래식 지휘자가 돼 나타났다.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이제 못 웃기니까 관심 좀 받으려고 '지휘자 코스프레' 하느냐고요. 그건 오해에요. 개그맨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클래식을 활용한 콩트를 많이 선보였거든요."
김 씨와 클래식과의 인연은 그가 중학교에 다닐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를 본 이후 클래식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영화와 함께 나온 음악들이 너무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클래식 음악을 들었어요."
성인이 돼 개그맨으로 데뷔하고 나서도 그의 클래식 사랑은 이어졌다. 그동안 쌓은 클래식 지식을 바탕으로 지난 2012년부터는 라디오에서 매주 클래식을 한 곡씩 소개하는 '김현철의 어설픈 클래식' 코너를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제 모습을 인상적으로 본 지인이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나서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때마침 은평에 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명예직이지만 부지휘자 제안이 왔어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지휘봉을 잡았죠. 개그맨이라서 남들 앞에 많이 서봤는데도 첫 공연 때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정식으로 클래식을 배운 케이스가 아니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악보를 볼 줄 몰랐던 그는 스스로 고안한 악보 표기법을 통해 연주곡 전체를 통째로 외워서 지휘한다. "저는 스스로를 '지휘자'가 아니라 '지휘 퍼포머'라고 부릅니다. 그게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