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누림 출판사에서 출간된 ‘선생이 부서져 간다’(나카지마 가즈노리 저, 신현정 중부대 교수 옮김)라는 책을 보면 일본의 학교 선생님들도 우리처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탈진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 책의 저자는 교원 전문 병원의 정신과 의사로서 신념과 열정으로 교사가 된 사람들조차 무책임해지고 무기력해지기 쉬운 일본의 학교 현장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상처가 나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낫는 것처럼, 마음의 병에 걸린 교사들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상처가 아물었을 때, 그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늘날의 교사들이 상처 입고 출근거부증후군에 시달리며, 무기력해진 상황을 직시하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고 마음의 병에 걸린 교사들이 치료를 받은 후 적절한 프로세스를 통해 다시 교단에 설 수 있을 방법을 모색하려 하는 책입니다. 우리 나라 학교 선생님들에게 권해 드리고 싶은 책이지요.
이 책을 번역한 신현정 교수님은 일본에서 대학 교수 생활도 하셨고 일본의 진로 교육으로 박사 논문도 쓰셨습니다. 본인이 체험한 일본 교육의 장점에 대해서 묻자 일본 교육은 한국교육에 비해 매우 ‘친절하다’고 답하시더군요, 모든 학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학교들이 개인이나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가 담당해야 할 몫까지 도맡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대학교육의 경우, 1학년이 되면 노트 필기 방법이나 리포트 작성 요령은 물론, 교우관계와 같은 정신적 부분까지 학교는 세심한 케어를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 교수님에 따르면 학교의 기업화라고 합니다. 신 교수님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일본의 교육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첫 번째 문제점은 ‘학교의 기업화’와 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학부모는 교육의 소비자로 선생은 교육의 공급자로 철저히 양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는 순수하게 교육적 이상을 추구하기보다 소비자인 학부모와 기호에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날의 학교 교육은 소비자인 학부모의 기호를 절대로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존재하는 학교는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어서 학부모가 요구하는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요구를 100% 수용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의 특정한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할 경우, 또는 미연에 방지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교사에게 돌아가고 교사는 학부모와 사회 앞에서 ’자아비판‘을 받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도 교육 현장을 스스로 떠나게 되거나 학교에서 강제로 퇴출당하게 되는 일도 발생합니다. 갈수록 비대해지는 학부모들의 요구와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교사들의 고충이 점점 더 극적으로 상충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일본 교육이 친절한 이유가 있었네요. 기업의 서비스 정신이 학교에도 강요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죠. 그러면 학교 선생님은 학원 강사와 비슷해지는 거죠. 책에서 한 선생님의 고백이 제게 충격이었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젓가락 쥐는 법까지 가르쳐 달라는 소리를 듣는 직업이 현재의 교사들입니다. 과거에는 가정과 지역에서 일상적인 예의범절들을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집단교육을 통해 부족한 점들을 보충해 나가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학교에서 그 모든 것을 다 가르쳐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학생부 종합 전형 때문만이 아니라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우리도 점점 학교에서 해주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피로도 또한 늘어나고 있고요. “학교에만, 또는 교사에게만 모든 책무를 강요한다면 공교육은 쇠락의 길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한 선생님의 주장은 일본의 이야기지만 우리도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