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수준의 고급 기술을 구사하는 어린이들도 있다. 오은혜(충남 보령 청룡초 6) 양은 "마트에 파는 식용 젤라틴을 이용해 상처를 만드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젤라틴을 녹여 손등에 붙인 뒤 살구색 물감이나 화장품을 칠하고, 중앙을 칼로 잘라서 빨간색 잉크를 채워 넣는 식이다. 신예원(서울 신서초 4) 양은 "특히 6학년 언니들은 진짜와 가짜 상처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이 그린다"며 "학년이 올라가는 것에 비례해 상처 만드는 실력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펜 낙서는 피부염, 색소 침착 유발할 수도
장난삼아 하는 낙서지만 피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수분장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허가받은 물질로만 이뤄져 인체에 해가 없다. 가령 드라마와 영화에서 피가 나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빨강 식용색소와 물엿, 커피 가루 등을 뜨거운 물에 섞어 만든 인조 피를 활용한다. 반면 어린이들이 쓰는 재료는 안정성을 승인받은 분장 제품이 아니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배유인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펜으로 피부 표면에 분포한 모공이나 땀샘을 막으면 여드름, 모낭(피부 속에서 털을 감싸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주머니)염, 땀띠 같은 염증성 피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잉크가 체내로 흡수됐을 때 이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몸속 세포들이 면역 반응을 일으켜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을 앓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