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 여자 역할, 팔자걸음 걷다 엄마한테 혼났어요"
지난 1일 오전 9시 서울 삼청동에서 배우 김유정을 만났다. 조그만 얼굴에 오밀조밀한 눈·코·입이 예뻤지만 어딘지 피곤해 보였다. 목소리도 기운이 없었다.
"4개월 넘게 드라마를 찍었고 끝난 뒤에도 거의 못 쉬었어요. 가족과 밥 한 번 먹은 게 다예요. 하루쯤 뒹굴거리고 싶긴 한데, 뒹굴거리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바빠도 뭔가 하는 게 좋은 거겠죠?"
'구르미 그린 달빛'은 최고 시청률 23.3%를 기록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김유정은 드라마에서 남장 여자 '홍라온(초반에는 '홍삼놈'으로 불린다)'을 연기했다. 왕세자 '이영' 역을 맡은 박보검과 함께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김유정의 첫 성인 연기 도전이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제겐 너무나 큰 작품이고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지만, 무엇보다 촬영하는 내내 너무 행복했던 작품이에요. 연기자분들, 스태프분들 모두 착하고 마음이 예쁘신 분들이라 서로 "힘내자" 하면서 즐겁게 했어요. 같이 연기한 보검 오빠, 진영 오빠, 동연 오빠에게 배운 것도 많고요. 다들 정말 노력 많이 하고 성실해요. 계속 대본 보고 고민하고 연습하는 모습이 참 멋있었어요."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길러진 홍라온 역을 맡은 김유정은 "남장 여자 연기가 은근히 편했다"며 웃었다. "남자처럼 행동하는 게 습관이 돼서 촬영 아닌데 팔자걸음으로 걷다가 엄마한테 혼났어요(웃음). 평소에도 제가 조신하게 다리를 모으고 앉고 이런 걸 싫어하는데 이번 작품 할 땐 그러지 않아도 돼서 완전 좋았죠."
김유정은 '구르미 그린 달빛'을 촬영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사랑스럽고 밝고 통통 튀는 홍라온 캐릭터에 조금씩 물들어갔다.
"작품 할 때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작년에 '비밀'이랑 '앵그리맘' 찍었을 땐 역할 때문인지 내성적이고 조용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 끝내고 보니 제 성격이 엄청 밝고 활발해져 있는 거예요. 그렇다고 다중인격자는 아니고요(웃음). 연기하면서 제 안에 있던 여러 가지 면이 꺼내지는 것 같아요. '내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고 놀라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