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이슈 Plus+] 리콜, 꼭 나쁜 것 만은 아냐

2016/10/25 17:14:28

존슨앤드존슨 “위기를 기회로!”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12세 소녀를 비롯한 7명의 남녀가 진통제인 ‘타이레놀’을 복용한 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의약품에 의한 사망 사건이 많지 않았던 탓에 이 사건은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어요. 조사 결과 사망자들이 먹은 캡슐 형태의 타이레놀에 치명적인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타이레놀 제조사인 맥닐의 모기업이자 약품 유통을 담당하는 ‘존슨앤드존슨’으로서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셈이죠.

존슨앤드존슨의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버크는 이 사태에 신속하고 솔직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사건의 진상이 파악되기도 전에 타이레놀 광고를 전면 중단하고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렸어요. 지역 경찰과 협력해 시카고 구석구석을 돌며 시민들에게 ‘타이레놀 캡슐을 복용하지 말라’고 방송했어요.

공장에서는 타이레놀 캡슐 제조를 즉각 중단했어요.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시카고 지역에서 유통·판매되고 있는 타이레놀을 모두 회수(리콜)하라고 권고했어요. 그러나 존슨앤드존슨은 시카고뿐 아니라 전국에 유통된 3100만여 개의 제품 전량을 거둬들였어요. 리콜 사례가 거의 없었던 당시로써는 이례적인 대응이었어요.

처음 사건이 터졌을 당시 타이레놀 시장 점유율은 37%에서 7%로 떨어졌어요. 그러나 존슨앤드존슨의 적극적인 리콜 조치로 1년 만에 30%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더욱 신뢰받는 회사가 됐답니다. 34년 전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리콜은 기업이 위기에서 어떻게 이미지를 회복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어요.

미쓰비시 “소 잃고 외양간 고쳤네”

물론 리콜을 피하려다 진짜 위기를 맞은 경우도 있어요.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 ‘미쓰비시’ 리콜 사태가 대표적이에요.

2002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주행 중이던 미쓰비시 트럭의 바퀴가 빠지면서 길을 가던 2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미쓰비시는 자체 조사를 통해 제조 과정에서의 결함을 발견했지만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어요. 리콜에 드는 엄청난 비용과 이미지 실추를 두려워했던 거예요.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일본 언론들은 미쓰비시 사태를 앞다퉈 보도하기 시작했어요. 풀리지 않는 의혹에 대해 끊임없이 추궁했던 거죠. 결국 미쓰비시는 은폐 사실을 인정하고 16만대에 이르는 버스·트럭에 대한 리콜을 선언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쓰비시는 2154억엔 순손실을 기록했어요.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 돈 2조6494억원 규모였어요.

당시 업계 4위던 미쓰비시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아 업계 6위로 추락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예전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문제를 인정하고 리콜을 결정했다면 어땠을까요? 한번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닌가 봐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