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8 16:07:06
86년에는 한지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전주까지 내려가 직접 닥나무를 불려 한지를 만드는 전통 방식을 배웠다. “전세계 누굴 만나도 중국인이나 일본인을 만나도 ‘한국의 종이를 따라올 수가 없다’라고 말하더라구요. 우리 토양에서 자란 닥나무로 만든 한지는 재료부터 달라요. 프랑스에서 미술재료학만 7년을 공부했는데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재료가 우리 한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은 칠을 하고 덧붙이는 등의 것들과는 많이 다르다. 숯을 잘게 부숴 아크릴 바인더 용액과 섞고 다시 린넨 위에 바르는 것으로 작품의 기본 틀을 잡는다. 동시에 숯을 거칠게 부순 다음 크기가 각기 다른 체에 바쳐 걸러내는 작업을 한다. 숯 용액이 부어진 천위에 숯가루를 펴놓고 그 위에 한지를 덮은 다음, 긴 막대 형태의 쇠솔로 온 무게를 실어 두드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그 위에 다시 한지를 덮고 숯가루를 펴놓은 다음 두드리는 과정을 20여 회 가량 반복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순수 노동이라고 말한다. “진심을 다해 성심껏 만드는 거죠. 작가가 개입되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개인전의 작품명도 모두 무제죠. 제가 무엇을 정해서 사람들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제 진심을 느낄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예술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