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씨 5582개… 15년 새 8배 늘어
2000년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의 결과를 살펴보면 당시 우리나라의 성씨는 총 728개였다. 올해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성씨는 총 5582개였다. 15년 전보다 무려 8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성씨는 김(金), 이(李), 박(朴), 최(崔), 정(鄭) 순으로 나타났다. 15년 전 순위 그대로다. 특히 김씨 성을 가진 인구는 1069만명으로 전체의 21.5%에 달했다. 길 가다 만나는 사람 5명 중 1명은 김씨인 셈이다. 이씨 성과 박씨 성을 가진 사람도 각각 14.7%(731만명), 8.4%(419만명)로 만만찮게 많았다.
성씨와 함께 나오는 게 '본관(本貫)'에 관한 얘기다. 본관은 김해 김씨, 밀양 박씨, 전주 이씨 등과 같이 성씨 앞에 붙는 말로 흔히 그 성씨가 처음 생겨난 지역을 가리킨다. 이번 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씨 본관은 총 3만6744개로 나타났다.
◇태조 왕건, 이름 앞 자인 '왕'을 성으로 삼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성씨를 쓰기 시작했을까.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6세기까지 성씨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왕이나 일부 귀족만이 성씨와 본관을 가졌고, 일반인들은 성씨 없이 이름만 사용했다.
성씨와 본관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고려 시대부터다. 태조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한 뒤 지방호족들에게 성씨와 본관을 하사했다. 호족 집안 출신인 태조 왕건도 원래는 성씨가 없었다. '왕건'이 바로 그의 이름이었다. 왕이 된 이후에 이름 앞 자인 '왕'자를 성씨로 삼은 것이다.
일반 백성도 점차 성씨를 갖기 시작했지만 노비 등 신분이 천한 사람은 고려 시대는 물론 조선 시대에도 여전히 성씨를 갖지 못했다. 한반도에 사는 모든 국민이 성씨와 본관을 갖게 된 건 1909년 새로운 호적 제도인 '민적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일제강점기에 생겨난 이 제도는 기존에 성씨가 없던 사람들까지도 의무적으로 성씨와 본관을 신고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