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6 15:27:11
쐐기벌레 잡았더니 열매가 안 열린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에 크고 작은 잎사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어요. 그런데 잎사귀들은 조금이라도 햇빛을 더 보려고 서로 다투기 일쑤였죠. 어느 날 나무에 쐐기벌레가 찾아왔어요. 잎사귀들은 이때다 싶어 서로 상대방을 갉아먹으라고 아우성쳤지요. 쐐기벌레들은 '얼씨구나' 하며 잎사귀들을 마구 갉아먹기 시작했어요.
이 모습을 본 나무가 가만있을 리 없겠죠? 나무는 화가 잔뜩 나서 새들을 불러들여 쐐기벌레를 모조리 먹어치우라고 했어요. 자, 이 나무는 어떻게 됐을까요? 겨울이 가고 봄이 왔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나비가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았어요. 나비가 없으니 나무도 열매를 맺을 수가 없었죠. 어째서 나비가 날아오지 않았을까요? 새들이 쐐기벌레들을 모두 잡아먹었기 때문이에요. 쐐기벌레는 바로 나비의 애벌레였거든요.
'너와 나'를 넘어 '우리'가 돼가는 것
얼핏 생각하면 쐐기벌레가 모두 사라져야 잎사귀들이 더욱 풍성하게 자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쐐기벌레가 자라서 나비가 되고, 이 나비가 꽃가루를 옮겨줘야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까요. 한 그루의 나무가 열매를 맺고 숲을 이루기 위해선 잎사귀와 쐐기벌레, 새들이 모두 잘 살아야 해요.
논밭에서 곡식을 쪼아 먹는 참새나 길에 떨어진 소똥도 마찬가지예요. 하찮고 쓸모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참새들은 온갖 해충들을 잡아주고, 소똥은 거름으로 사용될 수 있거든요. 이렇듯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이어져 있으며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요.
이 세상 모든 것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생각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세요. 온 세상이 이웃처럼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 이제까지 나와는 아무 상관없어 보이던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너'와 '나'로 딱 잘라 구분하면 할수록 서로 다른 점, 미운 점만 보여요. 하지만 우리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될 거예요. 그때부터 '너와 나'는 '우리'가 된답니다.
세상과의 보이지 않는 끈 찾아보세요!
돌계단 사이에 피어난 잡초를 본 적이 있나요? 사람들은 쓸모없고 하찮은 풀을 '잡초'라고 불러요. 하지만 그건 순전히 사람들의 편견일 뿐이에요. 비가 쏟아져도 돌계단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잡초의 뿌리가 단단히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나무, 돌, 강아지…, 눈에 띄는 모든 것을 가만히 살펴보세요. 그리고 그것들이 나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놀이를 해보는 거예요. 보이지 않는 끈들을 많이 찾으면 찾을수록 마음이 잎사귀처럼 풍성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