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동물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이 병원에는 희귀한 동물 환자들이 매일 줄을 선다. 특수 동물은 개·고양이를 제외한 나머지 반려동물을 일컫는 말. 10~20g 몸무게의 판다마우스부터 20㎏ 미니어처 피그까지 병원을 찾는 동물도 다양하다.
이곳을 찾는 특수 동물들의 상태는 대개 심각한 경우가 많다. 정 원장은 "야생성이 강한 특수 동물들은 공격받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약한 모습을 숨긴다"며 "특히 거북이류는 폐가 심각하게 망가지거나 큰 돌을 삼켜도 별다른 티를 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보내는 신호가 '식욕부진'이다. 특수 동물들은 몸에 이상이 생기면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 이마저도 주인이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증상이다. 정 원장은 "야생성 때문에 검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숙련된 스태프가 서너명씩 달라붙어 몸을 붙잡아야 한다"고 했다.
가장 다루기 어려운 환자는 '다람쥐'다. 날쌔게 손을 빠져나가는 데다 날카로운 이빨로 물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대부분 호흡 마취를 시킨 뒤 진료를 진행한다.
정 원장은 "작년에 병원을 찾은 다람쥐 '티모'는 마취도 하기 전에 탈출을 감행해 진땀을 흘렸다"며 웃었다. "보호자가 다람쥐를 잡고 있다가 놓쳐버렸어요. 티모는 잽싸게 건물 밖으로 연결되는 구멍을 통해 빠져나갔어요. 병원이 발칵 뒤집혔죠. 이틀 동안 못 찾다가 3일째 되던 날 공터에서 발견해 잡아왔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예요(웃음)."
병원에서는 몸집이 작은 특수 동물들을 위해 의료기기도 특수 제작한 것을 사용한다. 정 원장은 "크기가 작은 동물의 경우 채혈을 많이 하면 쇼크가 올 수 있다. 피 한 방울만으로도 간·신장·염증 수치 등의 검사가 가능한 혈액 검사 기기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겪는 질환은 눈병, 폐렴, 중이염 등 다양하다. 사람처럼 날씨에 영향을 받아 여름엔 피부, 겨울철에는 호흡기 질환 동물이 많은 편이다. 가장 흔한 특수 동물인 토끼에게선 부정교합 발생률이 높다.
정 원장은 "토끼는 건초를 먹으면서 주기적으로 자라나는 어금니를 갈아야 한다. 제때, 제대로 다듬지 않으면 위아래 어금니가 맞물리지 않고 어긋나 부정교합이 된다"고 했다. "물론 선천적으로 치아가 비뚤어진 토끼도 있죠. 부정교합인 토끼의 어금니는 위쪽이 아니라 옆으로 뾰족하게 자라나요. 놔두면 볼 안쪽을 찔러 염증을 일으킵니다. 이럴 땐 치아를 평평하게 갈아내는 '교정 치료'를 실시해요."
침대·소파 등에서 떨어져 골절상을 입는 특수 동물들도 종종 온다. 특히 햄스터는 다리가 문에 끼거나 쳇바퀴에 걸려 뼈가 부러지곤 한다. 의료진은 다친 부위에 부목을 대고 붕대를 감아준다. 동물들이 입으로 붕대를 물어뜯는 일을 방지하고자 목에 보호대도 감싸놓는다.
정 원장은 "특수 동물을 키우기 전 그 동물과 관련된 책을 한 권이라도 봐야 안전사고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일단 사육장을 서식지와 최대한 가깝게 꾸며주는 게 기본입니다. 예를 들어 도마뱀, 이구아나 같은 파충류에겐 열대지방과 비슷하게 고온다습한 환경을 마련해주세요. 사육장에 물을 담은 그릇을 놓아 습도를 높여주고, 스팟등으로 온도를 조절해주면 됩니다. 햇볕을 못 쬐니 자외선을 발생시키는 UV 램프를 설치해줘도 좋답니다."
레알동물병원을 찾은 환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