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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려다 고려 앞바다서 침몰… 바닷속 보물선, 잠든 지 650년 만에 깨어났습니다

2016/08/01 16:41:53

#1 청자 여인, 배에 오르다

'우와 크다!' 그 배를 처음 봤을 때, 어마어마한 크기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길이 34m, 폭 11m. 커다란 돛이 3개나 달린 초대형 무역선이었어요. 100명도 충분히 태울 수 있는 큰 배였죠. 생애 첫 항해에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 배를 보고 나니 안심이 됐어요.

소개가 늦었네요. 나는 '여인(女人·사진①)'이에요. 사람은 아니니 오해는 마세요. 나는 청자로 된 '촛대'예요. 양 갈래 머리를 한 여인이 두 손으로 연꽃을 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이렇게 불리게 됐어요. 꽃 가운데 볼록 솟아 있는 봉에 초를 꽂도록 만들어졌죠. 몸은 반짝반짝한데 얼굴과 손은 전혀 반짝이지 않죠? 진짜 사람 피부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유약을 입히지 않았거든요.

내가 태어난 곳은 중국 저장성에 있는 '용천요'라는 가마예요. 청자를 굽는 가마 중에서도 솜씨 좋기로 소문난 곳이에요. 아마도 나는 일본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었을 거예요. 당시 일본 상류층에서는 '가라모노(唐物·중국에서 들어온 물건을 이르는 말)'라고 해서 중국제 물건이 유행했거든요. 나는 새 주인을 만난다는 설렘을 안고 그 배에 올랐어요.

우리 배는 1323년 음력 6월 초순 저장성 경원(현재의 닝보)항을 출발했어요. 목적지는 일본 하카타항. 탑승자는 중국인, 일본인, 고려인 등 어림잡아 60여 명 정도 되는 것 같았어요. 이들 중에는 선원도 있었고 상인과 승려도 있었어요. 갑판 위에서 순찰하며 배를 지키는 무사들도 보였어요.

중국과 일본은 꽤 멀었어요. 빨리 간다 해도 한 달 반은 걸린다고 했어요. 사람들은 긴 항해를 견디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며 배 위에서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었어요. 국수를 삶아 먹고, 냄비에 야채나 고기도 볶아 먹었어요. 간식으로 복숭아·은행·밤을 챙겨 먹기도 했어요. 지루할 땐 주사위<사진②> 놀이를 하거나 장기<사진③>를 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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