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오전 10시.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에도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성 행궁에 모인 50여 명의 참가자가 귀를 쫑긋 세우고 해설자의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곧이어 해설자가 "병자호란 당시 인조는 청나라 군사를 피해 이곳으로 피신을 했고, 47일간 항쟁을 한 다음 삼전도(현재 서울 송파 일대)에서 청 태종에게 무릎을 꿇어 세 번 절하고 땅바닥에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례를 했다"고 설명하자 참가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진행하는 답성놀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은 이날 행궁의 정문인 한남루를 시작으로 3시간에 걸쳐 외행전, 내행전, 후원을 비롯해 조선 후기의 목조건물인 수어장대까지 둘러보았다.
성곽을 돌며 곳곳에 새겨진 전쟁의 흔적을 찾아본 신민주(서울 신암초 4) 양은 "과거 우리나라의 힘이 부족해서 수모를 겪었다는 사실이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라의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