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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블랙홀 같죠… 점점 매력에 빠져들거든요

2016/07/06 17:00:02

◇본선 진출 비결? "메시지 확실하게 전달한 덕분"

경쟁 부문 출품작 공모는 지난 3월 말부터 한 달간 이뤄졌다. 총 207편의 작품이 접수된 가운데 어린이청소년집행위원은 심사를 통해 만 6~12세 부문에서 20편, 만 13~18세 부문에서 10편을 본선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칠암초 어린이들이 제작한 '신비한 아이' '차별' '만약에 내가'는 만 6~12세에 포함됐다. 6일 만난 칠암초 학생들은 "작년 겨울방학 때 모여서 만든 작품들"이라면서 "전하려는 메시지가 확실해 본선 상영작으로 뽑힐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영화를 보면 '차별하지 말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거든요."

아이들의 연기력도 영화를 돋보이게 한 요소였다. "경험이 쌓이면서 친구들의 연기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예전에는 놀라는 장면에서도 국어책 읽듯이 '깜.짝.이야'라고 또박또박 말했어요. 이제는 평소에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해요. 중간에 애드리브도 넣고요."(김수란 양·6학년)

◇우리에게 영화는 '귀한 선물'이에요

칠암초 학생들이 영화 제작에 발을 들인 건 2014년부터다. 이때 칠암초는 예술꽃 씨앗학교로 지정됐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 교육 지원 사업. 일정 예산을 지원해주고 학교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영하도록 한다.

교육을 담당하는 이기호(34) 교사는 "영화는 종합예술이라 다양한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 모든 아이가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고 판단해 영화 분야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은 방과 후,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활용해 기초 지식을 쌓았다. 매년 여름·겨울방학에 영화 캠프도 펼쳐졌다. 활동은 이론보다는 몸으로 하는 경험 중심으로 진행됐다.

신화빈(4학년) 양은 "시놉시스(간단한 줄거리나 개요) 짜기부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쉬웠다"면서 "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하지만 영화 속에선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들로 내용을 채워나갔다"고 했다.

"문제는 장르를 정하기가 어렵다는 거였어요. 여학생들은 로맨스를 하자고 하는데 남자애들은 '손발이 오글거린다'면서 하기 싫어했어요." 김수정(6학년) 양의 말이 끝나자 옆에 있던 김나웅(6학년) 군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우린 화려한 액션이나 추리극을 하고 싶어요."

이준호(3학년) 군은 "배역 정하는 일도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반으로 쪼개는 것만큼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특히 커플 연기를 할 때는 남녀 간의 키 차이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이들은 대본을 함께 읽은 뒤 투표로 서로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정했다.

경험과 실수는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김나웅 군은 "녹화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로 촬영한 적 있다. 하필 그때 친구들이 완벽하게 연기를 해서 미안했다(웃음). 그다음부터는 꼭 녹화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촬영한다"고 말했다.

칠암초 학생들에게 영화는 이제 영상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완성작은 우리의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 같아요. 만든 사람도,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할 수 있으니까요. '블랙홀' 같기도 해요. 배우면 배울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거든요(웃음)."

칠암초 학생들이 만든 볼만한 영화

●차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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