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단둘이 한 달 동안 전국 일주 떠나
3년 4개월 전, 조 양과 조 씨는 단둘이 한 달 동안 전국 일주를 했다. 대구, 부산, 경주, 가평 등을 캠핑카를 타고 돌았다. 계곡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기도 하고, 삼시 세끼를 국수만 먹고 자전거를 탄 날도 있었다. 캠핑장에서 둘만의 핼러윈 파티를 열기도 했다. 조 씨의 얘기다.
"제가 일찍 결혼해서 스물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됐어요. 주변 친구들은 아직 결혼조차 하지 않았을 때라서 딸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보고 배울 기회가 없었죠. 그 이후에는 대다수의 아빠가 그렇듯 가장으로서 바쁘게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을 차려 보니 아이가 일곱 살이 돼 있더라고요. 더는 시간을 흘려보내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저는 회사에, 은이는 유치원에 한 달 휴가를 내고 무작정 둘이서 여행을 떠났죠."
아이와 24시간을 함께 보내기는 쉽지 않았다. 식습관부터 잠버릇까지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는 당연히 알지 못했다. 조 씨는 "처음에는 아이에게 완벽한 여행을 선물해주고자 동선을 짜는 것부터 시간을 많이 들였는데, 나중에는 그것보다 아이와 부담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중에는 둘 다 정말 하고 싶은 대로 멋대로 하면서 진짜 재미있게 놀았다"고 말했다. 조 양은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며 "평생 아빠랑 둘이서만 공유하고 싶은 보물 같았던 시간"이라고 귀띔했다.
그때의 기억이 좋아 그 이후부터 조 씨 가족은 매주 주말 캠핑을 떠나고 있다. 조 씨는 "여행으로 얻은 게 정말 많다"며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여행 이후 조 씨는 조금씩 달라졌다. 일단 매주 주말 아이와 취미 활동을 같이하기 시작했다. 야외에서는 인라인스케이트, 실내에서는 기타를 함께 연습하고 있다.
"아빠는 제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함께하려 노력해요. 어느 날 제가 무심코 기타를 배워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아빠가 혼자 연습을 해서 몇 달 후에 저한테 직접 기타를 가르쳐줬어요. 또한 수족관에서 물고기 보는 것을 좋아하는 저를 위해 집에 어항을 만들어주기도 했죠. 아빠도 처음 해보는 거라 많은 물고기와 수초가 하늘나라로 갔지만, 지금도 제 방에는 '니노'라는 이름의 금붕어가 다섯 살이 넘도록 잘 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