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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the Future] "특허만 35개, 학교 수업보다 발명이 더 좋았어요"

2016/07/04 03:00:05

◇초3 때부터 발명일지 써

김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발명일지를 썼다.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말고 메모하라'는 아버지 김성호(58)씨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처음 노트에 그려본 것이 '공부하는 기계'였어요. 공부 정말 싫어했고, 못했거든요. 하하." 김씨는 떠오른 아이디어를 주체할 수 없었다. 교과서에 수업 내용보다 발명 아이디어가 적힌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였다. 매일 5가지씩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을 발명일지에 적었다. 그리고 상상만 했던 발명 아이디어를 중3 때 발명경진대회에 출품했다. 이때 만든 것이 '은술잔 틀'이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촉매제가 됐다. "술잔을 돌려 마시는 우리 음주 문화로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가족이 원래 은이나 숯, 약초 등 자연친화적인 건강 제품을 많이 써 어려서부터 은이나 숯이 살균 소독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술잔에 씌울 은술잔 틀을 만들기로 했다. 술을 마실 때는 술잔에 은틀을 씌우고 마시지 않을 때는 벗겨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5~6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해 특허도 내고 교내 학생발명품경진대회에 출전했으나 입상에 그쳤다. "은이 체내에 축적되면 DNA를 손상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더라고요. 철저하게 연구하지 못했던 거죠."

◇어머니 몰래 깬 적금으로 발명품 제작

이때부터 발명 아이디어를 낼 때 '어떻게 하면 될지'보다 '어떻게 하면 안 될지'를 공부했다. 그 무렵 아버지가 운영하는 횟집에 놀러 간 김경희씨는 크게 놀랐다. 물 정화 기능이 있는 숯을 수족관에 넣었더니 가루가 흩어져 물이 더러워 보였다. "물에 넣어도 부서지지 않는 숯은 없을까. 숯을 깔끔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바로 '숯진주'의 시작이었다. 고1 때 연구를 시작했다. 숯을 인체에 무해한 플라스틱과 혼합하면 숯가루가 흩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플라스틱 업체에서는 "숯과 혼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친환경 플라스틱 구슬에 숯을 씌우기로 했다. 5번의 시행착오 끝에 숯과 플라스틱의 비율 30대 70을 찾아냈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아무리 친환경이라고 해도 거부감이 들었다. 100% 숯으로 된 구슬을 만들어 부서지지 않게 코팅했으나 이때 쓰는 화학제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코팅도 하지 않고 1300℃ 온도로 30일 동안 가마에서 구워낸 뒤 연마한 '숯진주'를 개발했다. 이때 김씨는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고 숯진주를 만들기 위해 어머니가 들어놓은 적금 1000만원을 아버지와 몰래 깼다.

숯진주를 학생발명품경진대회에 출품했는데 심사위원들에게 "이게 정말 네가 만든 게 맞냐"는 평을 들었다. 당시 김씨의 내신 성적은 6.3등급. 공부도 못하는 학생이 발명을 한다는 사실을 심사위원들이 믿지 못한 것이다. 대학생이 되자 한동안 발명을 멈추고 방황했다. "주위에서 '아버지가 발명한 거지, 네가 한 것이 아니다'라고 손가락질하는 분들이 많았죠."

2014년, 김씨는 지인의 제보로 지역 방송국의 '도전 발명왕'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방송이 끝나자 숯진주를 공급해달라는 곳이 많았어요. 한 신발제조업체에서는 다짜고짜 특허출원자료를 보내달라고 했어요. 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쉽게 보신 거죠." 목포대학교에서 창업동아리를 만들고 창조경제타운에서 우수아이디어로 선정돼, 470만원을 지원받아 창업을 준비했다. 숯진주를 활용해 술잔·슬리퍼·텀블러와 당뇨환자용 신발, 입덧방지 팔찌까지 개발했다. 몸에 부착하면 혈액순환을 돕는 '숯진주 경혈패치'를 만들어 2015년 특허청이 주최한 생활발명코리아에서 한국여성발명협회장상을 받았다. 최근 김씨는 '숯진주연구소'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설립해 숯진주를 상용화하는 등 사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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