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때 피겨 배우러 갔다가 발레 만나
발레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박유진'이란 이름은 낯설지 않다. 나가는 대회마다 수상자 명단 맨 꼭대기에서 만나게 되는 이름이다. 월등한 점프에, 5회전 턴까지 해낸다. 유진이를 3년째 가르치고 있는 류주연 유스발레컨서바토리 대표는 "테크닉 면에서 또래를 한참 앞서 있다"며 "타고난 체격 조건도 좋은 데다 머리도 굉장히 똑똑해서 춤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발레 학원에서 유진이를 만났다. 발레를 시작한 건 다섯 살 때. 엄마가 아니라 '아빠' 손에 이끌려 발레를 배우게 됐다. "원래는 피겨스케이팅을 시키려고 하셨대요. 아이스링크에 갔는데 너무 어리다고 1년 후에 다시 오라고 해서 대신 발레 학원에 가게 된 거죠."
유진이는 학원 바닥에 앉아 '포인 플렉스'(발레의 기본이 되는 발끝 동작)를 처음 배우던 순간이 어렴풋이 기억난다고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발레를 쉰 적이 없다. 친구들과 '군무'를 추면서 발레에 재미를 느꼈고, 콩쿠르에서 상을 타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한예종 콩쿠르, 선화 콩쿠르, 예원 콩쿠르 등 주요 대회에서 1등을 휩쓸었다. 취미로 하던 발레는 자연스럽게 '꿈'이 됐다. 가장 최근 열린 동아무용콩쿠르 우승은 유독 기쁨이 컸다. 유진이는 "올해 대회에 초등 발레 부문이 처음 생겨서 꼭 1등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회 직전에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풀려고 심호흡도 하고 제자리 뛰기도 해요. 신기하게도 막상 무대에 오르면 떨리는 게 다 사라져요. 동아무용콩쿠르 때도 그랬어요. 대회 끝나고 결과가 로비에 붙었는데 제 이름 보고서 '악'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정말 기뻤어요. 평생 기억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