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벼룩·소금쟁이…자연에서 답을 얻다스누맥스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바이오로봇 실험실’에서 4개월 만에 탄생한 로봇이다. 조규진(43) 교수는 “작년 9월 대회 참가 신청서를 내고 올 1월부터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우승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쌓인 ‘내공’ 덕분이라며 웃었다.
조규진 교수의 바이오로봇 실험실은 다양한 형태의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며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핵심은 ‘생체모방기술’에 있다.
“단순히 소재만 부드러운 걸 사용했다고 해서 소프트 로봇이 되는 게 아닙니다. 생물의 정교한 움직임을 설계에 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어가면서 마음대로 방향을 바꾸고 구르기도 하는 자벌레의 움직임을 본뜬 ‘자벌레 로봇’, 몸길이의 100배를 뛰는 벼룩을 연구해 완성한 ‘벼룩 로봇’ 등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지난해 내놓은 ‘소금쟁이 로봇’은 전 세계 300개 언론에 소개되고 사이언스지에도 논문이 실릴 만큼 화제가 됐다. 조 교수는 “소금쟁이가 물 위를 박차고 뛰어오르는 수상 도약의 원리를 밝혀내 이를 로봇에 적용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열린 소프트 로봇 대회는 ▲모래 구간 이동하기 ▲좁은 틈 통과하기 ▲계단 올라가기 ▲막대 사이로 이동하기 ▲문 열기 ▲장애물 피해 목표물 터치하기 ▲물건 집어들기 등 7개의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로봇 크기는 가로세로 60㎝ 박스 안에 들어가도록 한정됐고, 무게는 20㎏을 넘지 않아야 했다.
실험실에서는 로봇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포유동물인 아르마딜로의 외형을 닮은 ‘스누맥스’와 달팽이 로봇인 ‘S.I.R(Snail Inspired Robot)’이 최종 낙점됐다. 조 교수는 “스누맥스는 서울대를 뜻하는 ‘SNU’와 영화 ‘매드맥스’에서 착안한 이름”이라며 “그동안의 연구 성과가 두 로봇에 모두 담겨 있다”고 말했다.
대회 준비팀 15명은 밤낮으로 로봇을 만들고 고쳤다. 이준영 박사과정 연구원은 “마지막 열흘간은 집에 아예 못 들어갔다”며 웃었다. “하루 세 시간씩 자면서 준비했어요. 대회 주최 측에서 세트장 도면을 홈페이지에 올려줬는데 우리 팀원 중 하나가 재료를 구해와서 세트를 똑같이 만들었어요. 거기서 계속 실전 연습을 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