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5월 31일, 쪽 진 머리를 한 여인이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정동의 한옥 기와집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영어를 배워 왕비의 통역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난 몇 달간 메리 스크랜튼 선교사는 이화학당 문을 열어놓고 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찾아온 '김 여인'은 이화학당의 첫 학생이 됐다. 아직 여성들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 한국 여성 교육의 서막을 여는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것이다.
1910년 이화학당은 '대학과'를 설치하고 1914년 한국 최초로 여성 학사를 배출했다. '한국에서 여성의 고등교육은 시기상조'라는 차가운 시선에도 여성 전문 인력 양성의 기틀을 세웠다. 이후 이화는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가치관, 일제의 핍박, 전란에 파괴된 캠퍼스 등 시대적인 역경 속에서도, 이화여자전문학교(1925년)를 거쳐 1946년 '이화여자대학교'로 성장해 나갔다.
그간 이화여대는 다양한 분야의 여성 리더를 양성했다. 한국일보 사장을 지낸 장명수(신문 64졸) 이화학당 이사장,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전효숙(법학 73졸) 교수, CNN 서울지국장과 아리랑TV 사장을 역임한 손지애(정외 85졸) 교수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여성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 왔다. 2016년 현재 21만 동문이 이화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약하고 있다.
◇미래 사회 선도할 교육 혁신 주도학령 인구 감소, 대학 재정 압박 등 '대학 위기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도 이화여대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디딤돌을 놓고 있다.
우선 이화여대는 정부의 각종 재정 지원 사업에서 잇따라 선정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부 '학부 교육 선도 대학(ACE) 육성 사업'에 선정돼 4년간 9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또 중소기업청 주관 '대학 기업가센터 지원사업'에도 뽑혀 3년간 최대 20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올해 초 학생들에게 실제 창업 기회를 주는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는 교육부 주관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 사업'과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에도 잇따라 선정됐다. 앞으로 3년간 각각 90억원, 150억원의 교육 투자를 받게 됐다. 이화여대 측은 "인문·이공계열을 골고루 발전시키는 동시에 전공 간 융합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는 2017학년도부터 공과대학에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소프트웨어학부, 차세대기술공학부, 미래사회공학부 등 4개 학부, 9개 전공을 신설하고 193명을 증원하게 된다. 이 밖에도 공대생들에게도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줄 수 있도록 전공 간 융합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