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9 03:00:05
◇논리적 사고 갖게 하는 IB 디플로마
이들은 모두 IB 디플로마(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국제 공통 고등학교 학위 과정)를 이수 중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11학년부터 2년간 IB 디플로마와 A레벨(A Level·영국 대학 입학 준비 과정) 중 하나를 택해 이수해야 한다. 수업은 대학교 1학년 수준으로 진행되며 토론 수업이 주를 이룬다. IB 디플로마를 주관하는 IBO에 따르면 IB 디플로마를 이수한 학생의 대학 합격률이 이수하지 않은 학생보다 평균 22%포인트 더 높다. 김소희양은 토론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 체계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선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사실이 당연한 거잖아요. 한 번도 '왜 그런지' 의심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독도에 대해 얘기하려니까 외국 친구들이 '독도가 왜 한국 영토냐'고 묻는 거예요. 말문이 딱 막혔죠. 이후 작은 사실 하나를 두고도 근거를 따지는 습관이 생겼어요." 박성훈군은 "교과 내용을 깊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공부량이 만만치 않다"면서도 "내 손으로 고른 과목을 공부한다는 즐거움과 책임감이 있다"고 했다. 그가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과목은 영화·영어·생물학·역사·모국어(한국어)다.
◇"꿈을 구체적으로 꿀 수 있게 됐다"
박성훈군은 "뉴욕이라는 지리적 조건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브로드웨이는 책이나 영화로만 보던 성공 신화가 현실로 이뤄지고 있는 장소잖아요. 그런 곳이 학교에서 자동차로 겨우 40분 걸리는 데 있는 거예요. 여기서 각종 공연을 보다 보면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요. 예전에 막연히 영화감독이 꿈이라고 했다면, 지금은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식으로 생각을 구체화하게 됐어요."
김소희양은 클럽 활동을 통해 미처 몰랐던 관심사를 발견했다. "과학에는 영 흥미가 없었는데, 우연히 환경과학이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재미를 느꼈고 관련 클럽까지 가입했어요. 클럽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애벌레를 알게 됐는데, 학교에서 선뜻 구입해줘서 지금 애벌레를 활용한 실험을 진행 중이에요. 여기선 대외 활동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학교가 클럽을 적극 지원하거든요." 현재 이 학교엔 모의 UN·축구·수학·골프·트랙·봉사·미술·체스·크로스컨트리·댄스 등 45개 이상의 클럽이 개설돼 있다.
손지덕군은 "여러 국가 친구들을 만나면서 교육이나 대학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EF국제사립학교에는 75개국 학생이 재학 중이다. 한국인은 5% 미만으로 제한한다. "한국에선 대부분 이름이 잘 알려진 명문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여기선 누구도 '대학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입시 부담이 줄었고, 시간이 있을 때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해보겠다고 마음먹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