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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문학적으로 생각하고 과학적으로 상상하라

2016/04/04 17:44:39

문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시지요.
답 :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서 수학과 생물학을 주전공으로, 철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고 현재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이론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최지범이라고 합니다. 

문 : 이번에 출간하신 책(문학적으로 생각하고 과학적으로 상상하라/살림)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 주시지요.
답 : 과학도로서 과학적 시각을 가지고 문학작품을 읽으니 훨씬 더 풍부하고 깊은 감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과 문학은 서로 이질적인 분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문학 작품을 통해서 두 분야가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문학 작품과 관련된 과학 지식과, 과학 지식을 통해 본 문학 작품을 통해 감상의 폭을 넓히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예컨대 고르기아스의 <헬레네 찬가>에서 고르기아스가 헬레네를 옹호한 논변을 현대의 뇌과학적 관점에서 다시 한번 보는 식입니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친절하게 서술하였습니다.

문 : 서울대 자전 수업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 자전은 지범 작가가 책을 쓰는 데 어떤 도움과 역할을 해주었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답 : 자유전공학부 엘리 소렌슨 교수님의 주제탐구세미나 수업이 이 책을 쓰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영미 문학작품들을 읽으며 그 의미를 철학과 결부시켜 이해하는 수업이었는데 이번 책에 등장하는 <미하엘 콜하스>, <마담 보바리> 등의 작품을 그 수업에서 배웠습니다.
그 외에도 평소 자유전공학부 학우들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영감과 지식을 얻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융합인재들이 모인 이 집단에 들어온 것이 제게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에 대한 의견을 물을 때에는 문과 친구들을 찾아갔고, 수학적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과 친구들과 토론을 했습니다.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자주 교류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교수님들을 비롯하여 자유전공학부의 동기, 선배, 후배님들이 제게는 모두 소중한 스승입니다. 

문 : 문학과 과학을 넘나들면서 많은 지식들과 책들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문학과 과학 각각의 장르에 매력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매력인지 말씀해 주세요.
답 : 과학은 관찰과 실험, 견고한 논리의 학문입니다. 반면 문학작품은 자유로운 상상의 산물입니다. 과학 논문에서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 관련 문헌을 인용하거나 수 백 번의 실험을 반복하지만 문학 작품은 거리낌없이 그냥 쓰면 됩니다. 말하는 나무나 하늘을 나는 양탄자가 등장한다고 해서 비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과학은 엄밀하고 정확하지만 사람들의 감정과 세상의 이면에 대해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이 점은 문학이 채워주어야 합니다. 반면 문학은 자유롭고 아름답지만 우리 삶에 때로는 논리성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 부족한 부분은 과학으로 채워질 수 있습니다. 과학만 공부하는 사람은 시를 두세편 정도 외우고, 문학만 숭배하던 사람은 쉬운 과학 만화책을 읽기를 바랍니다. 제갈량을 만난 유비처럼, 카두케우스 지팡이를 가진 헤르메스처럼 당신의 삶에 풍성한 변화가 찾아오리라 믿습니다. 

문 : 중고등학교 시절 초등학교까지 포함해서 문학 책이나 동화 책을 거의 읽지 않고 비문학 책을 주로 읽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금 더 기억을 과거로 돌려서 초중시절에 독서는 어떠했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답 :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에는 과학책을 주로 읽었습니다. 특히 전파과학사에서 나온 블루백스(blue backs) 시리즈를 재밌게 봤습니다. 사실 스무살이 되기 전까지는 문학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 자발적으로 문학 책을 읽은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주로 과학책을 읽었고 특히 지하철에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지금도 지하철은 저의 훌륭한 독서실입니다. 

문 : 고등학교 시절에도 책을 쓰신 거로 알고 있는데 어떤 책이었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고등학교 시절 독서에 관한 이야기도 부탁 드립니다.
답 : 물리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싶어 <물리학의 산맥>이란 책을 고등학교 3학년 때 출간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내용을 가장 쉽게' 설명한다는 스스로의 방침을 갖고 글을 썼습니다. 실제로 독자평 중에도 알기 쉽게 설명해서 좋았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학업 때문에 중학생 때만큼 독서를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에도 과학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로 인해 독해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문 : 지범 작가의 약력에 보면 대한민국 인재상 창의력 대회 최우수상 등의 화려한 스펙들을 고등학교 시절 많이 확보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학종이지만 당시는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어떻게 교과와 비교과를 준비했고 자소서에는 어떻게 녹여냈는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답 : 고등학생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저는 과학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과학을 좋아하다보니 관련 서적을 찾아 읽었고, 과학 공부가 즐거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교 시절 여러 과학 대회에서 교육부 장관상, 과기부 장관상, 올림피아드 은상과 대통령상 등을 수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소개서에는 앞으로 대학에 진학하여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와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적었습니다. 

문 :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글을 읽는 학생들이 주로 고등학생들이나 그들의 학부모들일 텐데요, 입시라는 격랑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힐링의 메시지를 문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전해 주시지요.
답 : 우선 고생이 많다는 말부터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공부를 열심히 하되 창의성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식만 잘 받아들여서 시험 점수만 높은 사람이 아니라 지식을 참고하여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십시오.
또한 진학 학과를 선택할 때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잘 고려하기 바랍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인기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학과를 선택하여 자신과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선택할 직업을 컴퓨터가 근미래에 대체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 보십시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도 낭만을 잃지 마십시오. 동양의 고전 시들을 읽으며 잠시나마 운치를 즐기고 앞으로 다가올 따스한 청춘을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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