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20 17:21:00
"경기 시작 전, 기체(機體)에 문제가 생겼는지 영상이 계속 끊겼어요. 어쩔 수 없이 고글을 벗고 직접 보면서 조종하기 위해 드론을 낮게 띄웠어요. 하늘 높이 날릴 때보다 바닥 가까이 붙여 비행하는 게 훨씬 어려워요. 동작을 바꾸려다 드론이 땅에 부딪힐 수도 있거든요."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민찬이는 개의치 않았다. "준비한 대로 남들이 하지 못하는 파워풀한 기술을 많이 보여줬다"고 했다. 드론 몸체를 뱅글뱅글 돌리면서 공중제비돌기하듯 한 바퀴 회전시키는 기술이 대표적이었다.
"프리스타일 세계 랭킹 1~4위 선수들이 참가한 경기에서 우승하니까 기뻤어요. 1등하고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가장 먼저 연락했어요. 그때 한국은 새벽 4시였는데도 엄마는 안 주무시고 기다렸다가 축하해주셨어요."
프리스타일과 달리 레이싱 종목은 팀을 이뤄 경기에 나갔다. 레이싱은 드론을 띄워 빠른 시간 안에 장애물을 통과하고 정해진 코스를 완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찬이는 기술자, 팀 매니저 등 5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파일럿을 맡았다. 초반에는 우수한 성적을 냈다. 200개 팀이 참여한 예선에서 8위로 32강 본선에 진출했다.
민찬이는 "시차 적응이 안 됐는지 본선에선 피곤해 집중력이 떨어졌다"며 "너무 빨리 가려고 욕심부리다 드론에 문제가 생겨 추락한 것도 16강 진출에 실패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민찬이 아버지 김재춘(52)씨는 "애가 승부욕이 강하다. 유럽 챔피언인 켄트 선수가 자신을 추월하니까 무리하게 뒤쫓으려다 실수했다"고 덧붙였다.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얻은 것도 있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정교하게 비행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정상급 선수들은 장애물을 통과할 때 좀 더 부드럽게 통과하더라고요. 조급하게 경기하는 태도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